(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50대 남성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척 도움을 구하는 과정에서 무료 식사를 요구했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서울, 경기도 일대에서 같은 수법으로 사기 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4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이상한 손님이 왔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카페 직원 A씨에 따르면, 이날 카페에 멀끔한 차림의 50~60대로 추정되는 남성 고객이 방문했다. 당시 이 남성은 숨을 헐떡이면서 "아가씨, 미안한데 휴대전화 한 번만 빌릴 수 있냐.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A씨가 흔쾌히 가게 전화를 빌려줬으나 남성은 "어떡하나, 어떡하나"라며 상대방과 연락이 닿지 않은 듯했다.
이윽고 남성은 숨이 찬 상태로 "버스를 잘못 탔는데 휴대전화를 놓고 내렸다. 다행히 버스 기사랑 연락돼서 만났는데 버스에 휴대전화가 없었다. 휴대전화도 꺼져있고 추적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내랑 가족들 전부 이번 주에 강원도에서 이사 온다. 가족들이 내려오면 커피 대접하겠다"면서 횡설수설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사투리에 어눌한 말투, 발음이 새고 초조함도 섞여 있어서 뭐라고 하시는지 알아듣기 힘들었다"며 "휴대전화 잃어버려서 엄청 당황한 상태인 것 같았으나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씨는 그저 "경찰서에는 가보셨냐. CCTV라도 확인해봐라"라며 남성을 위로할 뿐이었다.
그러자 남성은 "아가씨가 내 아내랑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아서 이런 얘기를 해준 건데 너무하다"며 "아가씨는 안 그럴 줄 알았다. 너무하다. 왜 말을 그렇게 하냐"고 돌연 언성을 높였다.
당황한 A씨가 "제가 뭐 잘못한 게 있냐. 어떻게 해드리면 되냐"고 묻자, 남성은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사람이 말이야. 이러고 있으면 '밥은 드셨냐, 괜찮으시냐, 힘드셨죠?'라고 물어봐야지"라고 A씨를 꾸짖었다.
A씨는 "당황하고 놀라신 건 알겠는데, 제가 정확한 상황도 모르고 갑자기 오셔서 본인 이야기만 말씀하시지 않았냐"며 "전화기 빌려 달래서 빌려 드렸는데 제가 뭘 더 해드려야 하냐"고 따졌다.
남성은 "됐다. 내가 강원도에서 이사 와서 사람들 데리고 커피라도 마시고 오려고 했는데. 아가씨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더라. 결국 뭘 요구하진 않고 저보고 너무한다면서 나가셨다"고 했다.
이후 A씨는 통화내역에 찍힌 전화번호를 검색해봤다가 이 남성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동정심과 믿음을 주고 돈 뜯어내는 사기꾼"이라며 "자기 뜻대로 안 돼서 삐쳐서 그냥 간 것 같다. 여기저기 사기 치고 다니는 것 같은데 조심해라"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사기를 쳐오셨더라. 엄청 허술한데 아직도 안 잡힌 게 이상하다"고 의아해했다.
이를 본 다른 자영업자들은 "저 사람 서울, 경기에서 유명하다", "나도 인천에서 겪었다", "우리 가게에 와서는 5000원만 빌려달라고 했다" 등 경험담을 공유했다. 동시에 "정말 열심히도 산다", "정보 감사하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돈을 벌어라" 등 남성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