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2 대폭 물갈이에 '멘붕' 온 경찰청

입력 2022.05.24 14:59수정 2022.05.25 07:52
넘버2 대폭 물갈이에 '멘붕' 온 경찰청
왼쪽부터 송정애 윤희근·우철문김광호·박지영 치안정감 내정자© 뉴스1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4일 만에 전격 단행된 경찰의 치안정감 승진 인사에 따라 차기 경찰청장 인선이 오히려 안갯속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경찰서열 2위 계급인 치안정감 7자리 가운데 5자리를 교체하며 정부가 청장 후보군을 물갈이했기 때문이다.

서열 1위 경찰청장(치안총감)은 치안정감 7명 가운데 1명이 승진해 맡는 보직이다. 이번에 승진한 치안정감 5명 가운데 1명이 다음달 내정이 예상되는 신임 청장으로 '직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치안정감 인사 '시점'에 주목

경찰청이 24일 발표한 고위직 인사에 따르면 김광호 울산경찰청장(58·행시 특채)과 박지영 전남경찰청장(59·간부후보 41기),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59·순경 공채), 우철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53·경찰대 7기),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54·경찰대 7)이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됐다. 시도청장이 2명, 경찰청 소속이 3명이다.

출신지역은 김광호 청장(울산), 박지영 청장(광주), 송정애 기획관(대전), 우철문 기획관(김천), 윤희근 국장(청주)으로 특정지역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평가다. 정부가 일단 '지역안배'를 고심한 셈이다.

특히 순경 출신 송 기획관의 영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순경출신 고위직의 비중을 20% 늘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송 기획관은 여성으로서 세 번째이자 여경 출신으로는 두 번째 치안정감이다.

1981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충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과 충남 당진경찰서장, 대전 대덕경찰서장, 2018년 대전경찰청 경무관을 역임한 바 있다.

경찰서열 다섯번째 계급인 총경 이상 고위직 인사는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경찰청장이나 해양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국토해양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요컨대 이번 인사는 출신지역과 성별, 업무성과를 두루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경찰대 출신 외에 간부후보생과 행시, 순경 등 다양한 입직경로 출신에게 기회를 줬다는 평가이다.

다만 이 같은 기조는 과거 정부의 인사에서도 확인된다. 출신지역 안배와 여성의 발탁은 매년 고위적 인사의 '특징'으로 꼽히기도 했다.

경찰이 이번 인사를 '이례적'으로 보는 까닭은 치안정감 승진 '시점' 때문이다. 통상 청장 교체시기엔 차기청장 취임 후 치안정감 인사가 단행됐다. 2020년 8월 치안정감 4명 승진 인사도 김창룡 현 청장이 취임한 지 10여일 뒤 이뤄졌다.

애초 치안정감 인사시점도 다음 달 내정되는 차기청장이 7월 정식으로 취임한 '이후'로 예상됐었다. 김창룡 현 경찰청장이 오는 7월 임기를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상 고위직 인사는 '톱-다운'(위에서부터 아래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내부에서 이번 치안정감 인사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며 "기존 경찰청장 후보군들이 자연스럽게 대거 교체됐다"고 설명했다.

◇보직인사도 관심…청장 직행 가능성까지

경찰 안팎에서는 향후 보직인사에 따라 새 청장 후보군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번 승진 내정자가 경찰청 차장으로 이동한 뒤 경찰청장으로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나온다.

치안정감은 경찰청 차장과 국가수사본부장, 서울·인천·경기남부·부산경찰청장, 경찰대학장으로 총 7명인데 그중 임기가 보장된 보직은 국가수사본부장뿐이다. 이번 인사로 기존 치안정감 중 상당수가 제복을 벗게 되는 것이다.

치안정감은 통상 1년 안팎의 주기로 교체되는데, 현재 진교훈 경찰청 차장과 최관호 서울경찰청장, 이철구 경찰대학장, 이규문 부상경찰청장 등 4명은 지난해 7월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지 약 10개월이 된 상태다.
유진규 인천경찰청장과 최승룡 경기남부청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해 약 6개월째이다.

경찰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협의 과정을 진행한 뒤 이르면 이번주 내 치안정감 승진자의 보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사는 뚜껑을 열어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참고로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청장이 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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