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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3주간 150명...헤어진 칠순 부모 다시 만난 자녀들

입력 2022.05.25 07:00  수정 2022.05.25 10:31

3주간 150명...헤어진 칠순 부모 다시 만난 자녀들
24일 오전 11시께 심영식씨(53)가 어머니 방갑례씨(78)를 만나 손을 잡고 대화하고 있다. 무릎에는 귀가 어두운 방씨와 필담을 하기 위한 공책을 놓았다. 병원 관계자가 함께 자리해 이들의 소통을 도왔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그동안 못 왔는데 면회 제한이 풀려 다행이죠. 전화로는 안 되거든요."
24일 오전 서울 구로구 제중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만나러 왔다는 심영식씨(53)는 한 손에 두툼한 공책을 든 채 이같이 말했다. 청력이 좋지 않은 어머니와 필담을 하기 위한 공책이었다.

심씨는 "어머니 귀가 잘 안 들려 통화로는 상태가 어떤지 잘 알 수가 없어 걱정됐다"며 "면회가 재개된다는 소식에 바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0일 요양병원 및 시설의 접촉 면회 기간을 연장했다.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21일까지 3주간 요양병원·시설 면회를 허용한 데 이어 추가 조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에서도 별도의 지침이 나올 때까지 자유롭게 면회를 할 수 있게 됐다.

■얼굴 보며 대화하니 시간 짧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제중요양병원 1층 로비는 썰렁했다. 접수대의 원무과 직원을 제외하면 로비엔 환자를 비롯해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과 접촉해 코로나19에 확진되는 일을 차단하고자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환자들이 병실 밖으로도 잘 나가지 않았다"며 "보호자들에게 면회를 재개한다는 공지를 이날 오전 돌렸으니 예약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면회장에선 모처럼 가족을 만나게 된 이들이 반가운 안부를 주고 받았다. 이날 간병인이 이끄는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심씨의 어머니 방갑례씨(78)는 오랜만에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심씨는 잘 못 듣는 어머니를 껴안을 듯 가까이 다가가 입을 귓가에 대고 "식사는 잘 하셨나", "운동은 잘 하고 계시냐" 등 질문을 했다. 간혹 못 알아듣는 말이 있으면 공책에 써서 보여줬다. 방씨는 큰 목소리로 답하며 아들 걱정만 늘어놓았다. 결국 심씨는 붉어진 눈가를 손수건으로 훔쳤다. 오전 11시40분께까지 대화를 나눈 심씨는 "시간이 짧아 아쉽다"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난 3주간 150명 면회 신청…못 만났던 가족들 병원에 몰려
면회가 허용된 지난 3주간 제중요양병원은 정원 180명 가운데 약 150명이 면회를 신청했을 정도로 면회하고자 하는 사람이 몰렸다.

면회 재개 소식에 입원 환자들은 가족들을 만나게 돼 기쁘다는 반응이었다. 복인자씨(74)는 지난해 12월 입원한 뒤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가족들을 보지 못했다. 복씨는 한시적으로 면회가 허용된 지난 21일 아들과 면회하고 나서 다시 병실로 올라가지 않겠다고 버텼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아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였다. 복씨는 "식구가 있어도 보지 못하니 혼자였다"면서 "딸과 아들을 볼 수 있어 신이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원 환자 김경희씨(75)는 "가족들을 만난 지 한참 지났는데 다시 면회할 수 있어서 좋다"며 "전화로는 자세한 이야기를 못하니까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요양병원의 노인에게 대면 접촉의 의미가 크며 지속적으로 접촉을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요양병원에 있는 어르신들에게는 특히 가족과의 접촉이 삶의 질과 높은 상관 관계가 있다"며 "이제 코로나19가 약화됐으니 어르신들의 대면접촉을 더 늘려서 활동성, 사회적 관계, 가족 관계를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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