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1987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당시 미국 상원의원(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19일 공개했다.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이던 김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항쟁과 민주화운동 과정 등 국내 상황을 알리기 위해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서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화과정이 막바지에 이른 현 상황에서 군의 정치개입이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한국 정치 군인들의 독단적 행동이 한국과 미국 공동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한국 정치에 대한 군사 개입을 거부한다는 공개 의사 표시가 한국 현 정권과 군부 체제를 억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집권 여당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표가 갑작스럽게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한 우리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고 그 결과 타임과 뉴스위크 잡지의 표지에서 영웅으로 묘사됐다"며 "사실 영웅이 있다면 그것은 끈질기면서도 평화롭게 시위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초기 반미주의의 주요 원인은 미국 정부가 현재의 비민주주의적 정권을 지속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우리 국민의 열망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지속적이면서도 변하지 않는 지지를 원한다"고 요청했다.
김대중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를 위한 민간외교를 활발하게 전개했다는 사실을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1987년 6·29 선언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군의 정치개입 문제 등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고 낙관론을 경계하는 김 전 대통령의 인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