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도 푸틴만큼 전쟁에 책임 있다"... 브라질 '좌파 대부'의 촌철살인

입력 2022.05.06 04:29수정 2022.05.06 09:55
젤렌스키도 푸틴만큼 전쟁에 책임 있다"... 브라질 '좌파 대부'의 촌철살인
이번 주 타임지 커버로 등장한 룰라. 타임 홈페이지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브라질 대선 후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7) 전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기립박수를 보낼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타임은 4일(현지시간) 발간한 최신호에서 룰라를 커버 인물로 다뤘다. 룰라는 타임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연설을 하고 기립박수를 받는 모습이 계속 나온다"며 "그러나 이 전쟁엔 젤렌스키 역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똑같이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젤렌스키가) 코미디언 출신으로 대통령이 잘 되긴 했지만 이젠 (전쟁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젤렌스키도 푸틴만큼 전쟁에 책임 있다"... 브라질 '좌파 대부'의 촌철살인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의원들이 의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듣고 있다. 2022.03.16. /사진=뉴시스
룰라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미국 또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전쟁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모스크바로 날아가 푸틴과 (전쟁을 막기 위한) 회담을 하지 않은 것은 리더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면 러시아의 침공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이는 푸틴만의 책임이 아니라 미국과 EU도 똑같이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10월 예정된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는 현직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와 결선행이 유력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룰라가 40% 이상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나 보우소나르와 격차는 5%포인트 정도다. 타임지는 룰라를 이번 커버인물로 다루면서 '룰라의 2막(Second Act)'라는 제목을 달았다.

룰라는 노동자 출신으로 2006~2014년 브라질 대통령을 지냈다. 후계자인 여성 정치인 지우마 호세프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줬으나 부패 혐의로 기소, 수감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3월 연방대법원이 선고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풀려났고 정치 활동 재개와 함께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젤렌스키도 푸틴만큼 전쟁에 책임 있다"... 브라질 '좌파 대부'의 촌철살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9월15일 브라질리아의 플라날토 대통령궁에서 열린 주택 프로그램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기후변호사 모임 올라이즈 그룹이 12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반인륜적 범죄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2021.10.12 /사진=뉴시스
룰라의 상대 '브라질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동료 여성 의원을 향해 "강간하기엔 너무 못생겼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고, 팬데믹 대처에 실패하면서 코로나19로 60만명 이상의 브라질 국민이 사망하자 "탄핵하고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럼에도 20% 안팎의 유권자들은 보우소나루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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