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30대 후반 여성 A씨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린 자녀 사진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게재된 것을 목격했다. 아이가 거품목욕을 하는 모습을 찍어 올린 것인데, 아동용품을 파는 해외업체가 이미지를 도용했다.
#배우 이시영(40)은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속옷을 입지 않은 아들의 뒷모습을 올려 누리꾼의 지적을 받았다. 아이가 어려도 충분히 부끄러워할 수 있는 점을 간과했고 초상권을 제대로 지켜주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5일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은 가운데, 부모들이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일거수 일투족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개인정보 유출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보호자가 자녀의 얼굴을 포함한 정보를 SNS에 과도하게 공유하는 일명 '셰어런팅'(Sharenting)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셰어런팅'은 공유(Share)와 부모(Parents)를 합친 말이다. 부모가 소셜 미디어에 자녀의 일상 사진을 올리는 것을 뜻한다.
정보통신(IT) 기술로 일종의 육아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사진 속에 담긴 정보가 보이스피싱·딥페이크 같은 디지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셰어런팅의 위험성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국제아동권리 비영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NS에 자녀 관련 콘텐츠를 올린 부모의 13.2%는 '개인정보 도용'(3.3%)과 '불쾌한 댓글'(4.3%) 등을 직접 경험했다. 반면 자녀의 사진과 영상을 올릴 때 당사자에게 이해를 구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부모는 전체 44.6%에 그쳤다.
또 호주 정부의 사이버 안전위원회는 같은 해 소아성애 성향 범죄사이트에 올라온 이미지 중 절반가량은 보호자가 SNS에 게재한 자녀들의 평범한 사진이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영국 금융기업 바클레이즈는 오는 2030년 젊은층 신분 도용의 3분의 2가 셰어런팅에 의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신체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을 담은 사진을 올릴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유치원 가방과 학교 교문처럼 어린이의 소속을 나타내는 정보를 악용할 위험이 있어서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이사는 "최근 공격자들은 과거처럼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인물을 타깃으로 한다. 보이스피싱을 할 때도 신용점수가 낮아 급박한 사람들의 주변 정보부터 확보한다"며 "SNS에 '유치원 등하원' 도우미를 구한다는 내용의 문구 또는 거주 형태를 나타내는 정보가 올라오면 공격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게 된다"고 말했다.
문 이사는 "SNS로 접한 여러 사진을 다른 배경과 합성하는 등 딥페이크가 일어날 수 있고, 타깃 대상이 좋아할 만한 정보를 SNS 메시지로 보내 맞춤형 피싱 공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해외의 사례처럼 부모가 자녀 동의 없이 SNS에 콘텐츠를 올릴 경우 처벌을 받는 규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프랑스는 부모가 자녀에게 묻지 않고 유아시절 사진을 올리면 약 5700만원의 벌금과 1년 징역형을 처한다.
그럼에도 업계는 법적제도 마련보다는 부모의 '디지털 인권' 감수성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아동권리보장원도 '2020~2024년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을 통해 부모가 아동 사생활을 SNS에 공유해 피해가 발생하지않도록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며 "부모가 SNS에 올리는 내용의 수위를 명확하게 구분짓는 기준을 세우기 어려워 개인의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부모들이 SNS에 자녀 사진을 올리는 것에는 자랑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자리하고, 표현의 자유도 고려해야 한다"며 "비공개 계정을 운영해 제한된 사람만 콘텐츠를 올리는 법 중심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