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입양아 수면제 먹이고 여행 떠난 부부의 최후

입력 2022.05.03 14:44수정 2022.05.03 15:47
뇌출혈 입양아 수면제 먹이고 여행 떠난 부부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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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고귀한 기자 = 뇌출혈 증세를 보인 입양아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부부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2-2형사부(재판장 성충용·위광하·박정훈)는 3일 오후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34)와 B씨(38·여) 부부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3년과 5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부당과 사실 오인을 이유로 한 검찰 측과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피고인 측의 쌍방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제반 양형 조건들을 모두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적절한 범위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판시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9년 4월 뇌출혈 증세를 보이고 있는 입양아(3)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부는 당시 음식도 잘 먹지 못하고 체온이 40도까지 오르는 고열과 발작 등 뇌출혈 증세를 보이는 아이에게 수면제인 졸피뎀을 먹이고 가족여행을 떠났다.

이후 아이가 의식을 잃었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여행지의 호텔 객실에 방치했다. 그러다 아이가 숨을 쉬지 않자 이들 부부는 그제야 119에 신고했다.

아이는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경막밑 출혈, 뇌멍 및 뇌부종 등 머리부위 손상으로 사망했다.

이들 부부는 재판과정에서 "졸피뎀을 먹인 사실이 없고, (사망한 입양아가) 가족여행을 떠날 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텔에 도착했을 때에도 의식이 있었다"며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위독한 상태인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졸피뎀을 복용하면서 일부를 뱉어낸 흔적이 집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혈액에서 졸피뎀 성분이 높은 농도로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입양아가 스스로 약을 먹은 게 아니라 투여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들이) 인터넷 검색 내용을 비춰 보면 뇌출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뇌출혈로 상태가 위중함을 알면서도 28시간 이상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임의로 졸피뎀을 먹여 유기·방임한 죄책은 가볍지 않다"면서 "모든 양형 조건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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