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왜 이렇게 갑자기 많이 떨어지나 보니..

입력 2022.04.20 17:13수정 2022.04.21 06:08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은행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까지 치솟는 물가에 부양을 회수하고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통화완화를 고집하고 있다. 잃어버린 수십년에 갇힌 일본 경제는 여전히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독보적 완화에 엔화는 급격한 약세로 달러 대비 20년 만에 최저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연준이 강하게 긴축 드라이브를 걸면서 일본의 저금리가 더욱 두드러졌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엔의 추락에도 아랑곳하지 않지만 일본국채가 치솟는 글로벌 금리 환경에서 독야청정 제로(0)로 유지되기 쉽지는 않다. 일본은행의 수익률 곡선통제 정책도 이례적인 압박에 놓였다.

최근 두드러진 엔화 약세와 관련해 블룸버그가 질문과 답변식으로 배경을 설명한 것을 정리해봤다.

1. 수익률 곡선이란?

투자자들이 단기와 장기 채권을 매입할 때 보상으로 받는 이자를 연결한 선이다. 대부분 상환 기간이 길수록 불확실성이 짙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보상, 이자가 주어진다. 따라서 수익률 곡선은 대부분 부드러운 우상향이다.

2. 일본은 뭐가 다른가?

일반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수익률 곡선을 결정하지만 일본은 중앙은행의 영향력이 작용한다. 일본은행은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2016년 수익률 곡선통제를 채택했다.

기준물인 10년 만기의 수익률을 0%로 고정하되 +/- 25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p) 범주에서 허용하는 것이다. 장기불황에 거의 빈사상태의 일본 경제에 성장세포를 되살리기 위한 일종의 극약처방으로 싼 돈을 경제에 계속해서 주입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일본은행의 수익률곡선 통제는 거대한 압박에 놓였다. 일본은행도 결국 연준을 좇아 긴축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 일본 국채 수익률이 계속 오르는 것이다.

3. 일본은행의 대응은?

일본은행은 오르는 수익률에 예외 없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국채를 사들였다. 일본은행은 4거래일 동안 무제한으로 국채를 매입해 지난달 30일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0.21%로 내려왔다.

이달 들어 금리가 다시 오르자 일본은행은 또다시 일정에 없던 채권 매입에 나섰다. 지난 2018년 7월 30일에도 일본은행은 1조6000억엔어치 채권을 매입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처럼 지속적 기간 동안 채권매입에 나선 적은 없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4. 그렇다면 엔화는 왜 떨어지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표시 자산이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주기 때문에 훨씬 매력적이다.

이달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미국의 실질금리는 2년 넘게 만에 처음으로 제로(0)를 넘겼다. 채권시장은 경제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평가다. 10년 만기의 미 국채수익률(명목금리)은 3%에 바싹 다가서며 2018년 이후 최고로 올라섰다.

이외에도 미국 경제와 고용 시장은 강력하지만 일본은 계속해서 경쟁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이유도 있다. 일본의 지속적 무역적자로 인해 엔저가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5. 왜 일본은 금리를 올리지 않는가?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에서 통화 완화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0.6%를 기록해 일본은행 목표 2%를 여전히 크게 하회한다. 반면 미국에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녀비 8.5%에 달했고 전월도 7.9%로 고공행진했다. 이러한 차이가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6. 일본 경제에 엔저란?

역사적으로 일본은 자국 통화 약세를 환영해왔다. 도요타와 같은 수출업체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일본으로 송금하면 국내로 엔화 유동성은 더욱 많아지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끌던 지난 10년 동안 일본 기업들은 대부분 엔화 약세를 반겼다.

하지만 원자재와 다른 투입 비용이 40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오르면서 지금은 엔저를 마냥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스즈키 준이치 재무상은 엔화가 갑자기 약해지고 있다며 급격한 환율 움직임이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즈키 재무상은 엔저에 대해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현재 경제 환경을 감안하면 부정적 측면이 강하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로 인해 수입 비용이 증가하는데 비용을 전가할 수 없는 기초 산업의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개인 역시 에너지부터 식품까지 수입물가가 오르며 압박을 받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연료 보조금과 같은 정부지출을 검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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