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 "검찰 1개 사건 = 경찰 1000개 음주운전 사건"

입력 2022.04.20 16:55수정 2022.04.20 16:57
현직 부장검사 "검찰 1개 사건 = 경찰 1000개 음주운전 사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가 비공개로 개회되고 있다. (공동취재)2022.4.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배수아 기자 = 의정부지검의 한 부장검사가 "검찰의 캐비닛에 있는 1개의 사건은 경찰이 다루는 음주운전 1000건과 맞먹을 정도로 처리하기 어렵다"면서 "음주운전 사건은 객관적 증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처리가 쉽지만, 검찰이 갖고 있는 사건은 복잡하고 어렵다"고 주장했다.

20일 의정부지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부장검사는 이 같이 밝히면서 "검수완박이 되면 그런 사건들이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A부장검사는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게시된 경찰관이 쓴 글이 실무적으로 공감 간다"면서 "검사는 변호사 개업하면 되기 때문에 외부의 압력에서 보다 자유롭지만, 경찰은 생계형 직장인이기 때문에 외부의 압력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라인드 해당 글에는 '경찰과 검사의 차이'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생계형 직장인이라 외부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반면 검사는 개개인이 독립관청이라 압력에서 자유롭다"고 비교했다.

그는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경찰의 업무는 폭주할 것"이라며 "수사종결권 등이 경찰로 이관된 상태에서 남은 검찰의 수사권까지 박탈한다면, 경찰의 업무는 더 과중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로서는 무거운 역기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무게를 더 보태주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한편 지난 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경찰직장인협의회'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찬성 성명을 낸 것에 대한 일선 경찰의 생각을 묻는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가입시 소속 직장 이메일 인증을 거쳐 소속을 확인하고, 글을 쓰면 닉네임 옆에 소속 직장명이 표시되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다.

해당 게시글의 댓글에는 일선 경찰들의 검수완박을 비판하는 생생한 의견이 달렸다. 자신을 현직 경찰이라고 밝힌 한 경찰은 "검수완박을 누구보다 반대하는 건 경찰"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경찰의 수사 업무 환경에 대해 "현재도 수사권 조정 이후 불필요한 절차가 너무 많아져서 업무 과중으로 수사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수사관 한 명당 자기사건 50~200건씩 달고 있고, 수사부서는 순번을 정해서 탈출할 정도로 수사기피가 심각해서 경찰 수사 조직은 붕괴되기 직전 사상누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임들 앉혀놓고 수사 베테랑들은 도저히 못해 먹겠다고 타부서로 다 도망가고 있고, 수사관들 사이에서 수사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게 지금 수사 부서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검판사들도 각자 자기 전문 분야가 따로 있고 전문분야 사건만 맡을 정도로 법률이 복잡한데, 경찰은 채용 때 형사법만 배운 채 들어와 전문 분야의 영역은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댓글 작성자는 "애초에 경찰청장 이하 일선 과장급까지 임명권자가 죄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인데 어느 누가 정권 수사를 할 수 있겠냐"며 경찰의 정치권 수사에 대한 부담스러움도 호소했다.

그는 "반면 검사는 개개인이 독립관청이라 압력에서 자유롭고 검사 관두고 변호사하면 그만이라 소신껏 일할 수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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