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최대호 기자,박아론 기자 = '가평 계곡 사망'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여)와 조현수(30)가 경·검의 수사망을 피해 도주하기 전 여행지에서 서로에게 쓴 편지를 본 범죄심리학자들은 연인 간 편지가 아닌 '범죄 파트너 간 비밀유지 편지'로 해석했다.
특히 이은해에 대해서는 자기 연민이 강한 반면, 범죄 대상자에 대한 공감 능력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인물로 평가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5일 뉴스1과 통화에서 "이은해의 편지를 보면 애정을 빌미로 조현수에게 범죄자로서 서로 비밀을 유지하자는 식의 동맹관계를 만드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현수를 조종하는 듯한 그런 내용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반면, 조현수는 헤어질 수도 있다는 걸 전제하는 내용의 편지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은해는 편지에서 '너(조현수)의 주인님'이라고 스스로를 칭했고, 조현수는 보내는 사람에 '현수 시종님'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이수정 교수는 이은해의 심리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이 없는 사람"이라며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전혀 없다. 반면 자기 감정에는 굉장히 충실하다. 이런 점에서는 사이코패스 성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도 이 둘의 관계를 '범죄 파트너'적 성격이 더 강하다고 평가했다.
표 소장은 "이은해는 사망한 전 남편 A씨(당시 39세)를 그저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여겼다. A씨는 두 사람에게 금전적인 필요를 위해 존재하는 대상에 불과했다. A씨가 아니라 그게 누구였더라도 이은해·조현수에게는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표 소장은 "이은해·조현수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범죄를 접하면서 선택적 공감능력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범죄의 타깃으로 정한 사람에게는 공감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성인이 되면서 점차 습관으로 굳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인 지난해 3월 경북 예천군 삼강주막으로 여행을 갔고, 그곳에서 서로에게 333일 뒤 받아보는 '느린우체통'에 편지를 썼다.
이은해는 당시 편지에 "(333일 뒤에)우린 그때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나 땜시 온갖 풍파 다 겪었는데 함께해 줘서 고맙다. 그때는 별일 없이 평범하게만 잘 살고 있었음 좋겠다"고 적었다.
조현수는 "우린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지? 아직 살고 있다면 큰 재앙은 없었다는 거겠지?"라며 미래 자신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2019년 6월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A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에 앞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A씨에게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숨지게 하려다가 치사량에 미달해 미수에 그치고, 그해 5월에도 경기 용인시 낚시터에서 A씨를 물에 빠뜨려 숨지게 하려다가 A씨의 지인이 발견해 A씨가 물 밖으로 나오면서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이들은 A씨가 숨진 뒤 그해 11월쯤 보험회사에 A씨에 대한 생명보험금 8억여원을 청구했다가, 보험사기 범행을 의심한 회사로부터 거절당해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에 불응해 도주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이들을 공개수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