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안인득 방화살인 사건'을 수사한 현직검사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된 후 이 사건이 일어났다면 폐쇄회로(CC)TV 영상과 혈흔 등 증거들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한다"고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시도를 비판했다.
정거장 서울중앙지검 검사(변시 2회)는 1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안인득 방화살인사건은 2019년 4월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한 대형참사로 피해자만 총 22명에 달했다"며 "당시 경찰은 가용가능한 모든 인력을 동원해 대대적 수사를 벌였고 검찰도 수사 초기부터 심신미약 주장에 대한 탄핵증거 수집, 각종 증거물의 증거능력 확보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정 검사는 창원지검 진주지청에서 일할 당시 검사의 수사로 밝혀낸 증거들을 열거하면서 검찰 수사권 폐지시 범죄 수사에 차질이 상당할 것이라 우려를 표명했다.
정 검사는 "검사의 1회 피의자신문에서 안인득이 아파트 주민 A씨에 대한 악감을 드러내는 진술을 확보했고 A씨의 집 초인종을 분해, 초인종 부품 속에 스며든 혈흔을 확보했다"며 "3회 피의자신문에서는 안인득을 추궁해 범행 당일 성매매를 했다는 진술과 성매매업소 인근 CCTV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안인득이 성매매를 하고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보험대출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이 공판과정에서 안인득이 판단능력과 사물변별능력이 있었다는 증거로 활용됐다"고 했다.
정 검사는 "검사는 공소유지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수사를 함으로써 위 증거들을 확보했고 이에 안인득은 심신미약을 인정받지 못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안인득은 2심에서 무기징역을 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정 검사는 "(검찰 수사권 박탈로) 제대로 된 무기도 갖추지 못한 검사가 공판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법정이 피고인의 죄를 묻는 자리가 아니라, 피고인을 위한 변론의 장으로만 기능한다면 이를 지켜볼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검사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검찰 수뇌부뿐 아니라 일선 형사부 검사들도 검수완박을 두고 수사공백에 대한 우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검수완박'이 시행되면 고위층 부패범죄뿐 아니라 선량한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강력범죄 사건에서도 범죄자를 제대로 벌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 수사권 박탈의 피해는 화려한 변호인단을 구성할 능력이 있는 권력층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취지의 주장이다.
한편 검찰이 존폐 기로에 서자 일선 검찰청 평검사들은 오는 19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전국평검사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관련 대응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국평검사회의가 개최되는 것은 19년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