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올린 범인은? 전세대출 vs 임대차법 논란

입력 2022.04.12 06:10수정 2022.04.12 09:37
전셋값 올린 범인은? 전세대출 vs 임대차법 논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전셋값 급등 원인을 놓고 조사 기관들이 각기 다른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대출시장에서 이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한쪽에선 문턱이 낮은 전세대출이 전셋값·집값 상승을 야기했다며 실수요 대출인 전세대출도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쪽에선 임대차법 이후 전셋값이 폭등해 전세대출이 늘었는데 다른 곳으로 원인을 돌려 정부의 실책을 덮으려 한다며 추가 규제에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올해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 만료에 따른 '전세 대란'이 예고된 만큼, 정치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10일 발표한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 보고서에서 전세자금대출 증가가 전셋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계 전세대출 잔액 규모는 2012년 23조원에서 지난해 180조원으로 약 8배 증가했다. 전국의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2013년 1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말 3억1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가구 비중 역시 지난해 12.2%로, 2013년(5.6%)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보고서는 "전세대출로 임차인의 대출 부담이 완화돼 전셋값 상승 요인이 됐다"며 "가계 경제 여건 대비 과수요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전세대출이 공적보증을 통해 낮은 금리에 보증금의 80~9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보니, 월세 거주자의 전세수요 전환과 상급지로 이사를 희망하는 세입자에게 활용되면서 전셋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또한 전세대출은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에 활용돼 집값 상승도 유발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연구소는 그러면서 과도한 전세대출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차원에서, 현재 이자만 갚는 전세대출도 원리금 상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소득기준 대출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도 전세대출을 포함해 대출 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대출·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선 찬반 논쟁이 거세게 펼쳐지고 있다. 찬성 측에선 현 주택시장 구조상 전셋값이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만큼, 집값을 잡으려면 전세대출도 과감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대 측에선 최근 전셋값 상승은 2020년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대책 부작용으로 전세 물량이 실종돼 폭등했으며, 그로 인해 전세대출이 급증했는데 선후 관계를 뒤바꿔 정부의 실책을 뒤덮으려 한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KB부동산과 함께 양대 민간 부동산 조사기관인 부동산R114는 앞서 지난 5일 보고서에서 최근 전셋값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임대차3법 부작용을 꼽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문재인 정부 들어 5년간 40.64% 올랐는데, 임대차법 시행 이전 3년2개월간은 10.45% 오르는 데 그쳤지만, 시행 이후 불과 1년7개월만에 27.33% 급등했다.

부동산R114 측은 "문재인 정부 5년 누적 상승분의 4분의 3가량이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단기간에 이뤄졌다"며 "과거 2년 주기의 임대차계약이 4년(2+2) 주기로 변하고 5% 상한제로 변경되면서 원활한 전세 물건 소통이 어려워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선 이와 관련해 올해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 만료에 따른 '전세 대란'이 예고된 만큼 전세대출 문제가 소모적인 논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임대차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는 7월 임대차법 시행 2년 차로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이 도래하는데, 새로운 갱신 물량은 전월세상한제(임대료 인상 폭 5% 제한)를 적용받지 않아 전셋값은 주변 시세만큼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입자들은 부족한 보증금을 대출로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세대출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경우 주거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다음 달부터 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세입자들이 집을 알아보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텐데 곳곳에서 서로 다른 규제 시그널이 나오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주거 안정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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