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 후 우크라 간 해병대원, 어디에 있나 확인해보니..

입력 2022.03.29 05:00수정 2022.03.29 05:46
탈영병 A씨,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민간인 무차별 학살에 도와야 된다는 생각밖에"
"부사관 준비한다는 이유로 '너는 우리의 주적' 소리 들어...기수열외"
탈영 후 우크라 간 해병대원, 어디에 있나 확인해보니..
22일 경북 포항에 있는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신병 1265기들이 총 7주간 실시되는 극기주 훈련 과정 중 5주차 훈련을 마친 후 빨간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다. (해병대 교육훈련단제공). 해당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2021.1.22/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휴가 중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에 합류하겠다며 입국을 시도하려다 행방이 묘연했던 해병대원 A씨가 현재 폴란드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해병대원 A씨는 부대에서 부사관 임관을 준비했다는 이유로 부대 내 왕따(기수열외)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날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민간인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계속 영상을 통해 봤다"며 "뉴스에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어린이집을 포격했다거나 민간인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하고 있다는 등 진짜 한국법을 어기더라도 일단 가서 도와야 된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주장했다.

A씨는 또한 군내 부조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부대에 처음 전입왔을 때는 선임들에게 예쁨받고 인정받았던 해병이었는데, 부사관을 준비하는 것 때문에 '너는 우리의 주적이니까 그냥 말도 걸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어 "선임 중 한 분이 '얘 그냥 기열(기수열외) 처리해라', 투명인간 같은 느낌인데 '기열 처리해라. 너희(다른 병사들) 말하다 걸리면 죽여버린다'라는 말을 했었다"며 "솔직히 말해서 부사관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당하는 게 좀 억울하기는 하더라"고 덧붙였다.

기수열외란 기수제로 운영되는 해병대 특유 악폐습으로, 문자 그대로 기수에서 '열외'시켜 해병대원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A씨는 선임들의 괴롭힘에 부대 내 신고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마음의 편지를 썼었고 간부들이 그걸 덮더라. 너무 힘들고 선임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적었다)"라며 "그런데 부대에 대해서 경위서를 작성하게 하고 끝내더라. 저는 다른 선임들이 와서 쌍욕도 먹어보고, 기수열외시킨 선임이 '너는 사람 새끼도 아니다. 내 맞선임을 신고한 새끼다' 이런 식으로 온갖 욕을 먹었다. 숨쉬는 자체가 욕을 먹을 이유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거는 답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며 결국 휴가를 나와 우크라이나행을 택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금 깜짝 놀란 게 여기 해병대 수사관들이 찾아오기는 하는데, 제가 그렇게 신고했을 때 들은 체도 안 하던 사람들이 저 한 명 잡으러 바로 빨리 오더라.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어 "그러니까 부조리 같은 걸 신고하면 들은 체도 안 해 주고, 그냥 진짜 아예 사람이 얘기를 안 한 것마냥 그렇게 들은 체를 안 한다"면서 "그런데 여기 오니까 바로 잽싸게 오더라. 폴란드까지"라고 씁쓸해했다.

해병대사령부는 "귀국하여 추가 진술을 하면 관련 내용을 수사하여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탈영 후 우크라 간 해병대원, 어디에 있나 확인해보니..
1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앞에서 한 외국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추모하고 응원하는 글귀를 붙이고 있다. 2022.3.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사진=뉴스1
해병대 모 부대 소속인 A씨는 휴가 중이던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폴란드로 출국한 뒤 우크라이나로 입국을 시도했지만, 국경검문소에서 거부됐다.

이후 우크라이나 측은 A씨를 폴란드 동남부의 접경 도시에 있는 폴란드 측 국경검문소로 데려갔고, 주폴란드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이 A씨를 인계받기 위해 기다렸지만, 이들과의 접촉을 거부하고 검문소를 이탈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3일 새벽 폴란드 국경검문소 건물을 떠난 A씨는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군과 외교당국은 현재 A씨의 귀국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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