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에서 40대 아들이 80대 노모를 차에 태우고 해안절벽으로 추락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급발진 등으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가 아니라 사건 그것도 살인사건일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새벽 4시 정차 후 급가속…고의사고에 무게
제주서부경찰서는 존속살해 및 자살방조 혐의 등으로 4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날은 지난 19일 오전 4시쯤이다.
A씨가 운전한 본인 소유의 2012년식 아우디 차량 조수석에는 80대 어머니 B씨가 타고 있었다.
당시 A씨 차량은 제주시 애월읍 해안도로 인근 펜션 주차장에 10여 분간 정차해 있다 급가속해 중앙선을 넘어 절벽으로 떨어졌다.
이들 모자는 사고 당일 새벽 1시쯤 제주시내 자택에서 출발해 애월 해안도로까지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동 과정에서 특별하게 방문한 곳이나 정차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어머니는 숨지고 A씨는 자력으로 탈출한 후 펜션으로 가 문을 두드리며 구조를 요청했다.
펜션 주인이 "바깥에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으로 신고, 경찰관과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인근 CC(폐쇄회로)TV를 통해 A씨 차량이 순식간에 10 여m 높이의 절벽으로 돌진하는 장면을 포착해 고의사고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당초 교통계로 배정됐던 사건이 형사과로 넘어간 이유다.
사고 당시 A씨는 음주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함께 극단선택 시도"…숨진 어머니 동의여부 쟁점
경찰은 현재까지 아들이 어머니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혼자만 살아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갈비뼈 골절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최근 경찰에게 "어머니와 함께 극단선택을 하려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머니 B씨가 극단적 선택에 동의했는지 여부 등에 따라 혐의가 달라진다.
경찰이 이 사건에 존속살해와 자살방조, 두가지 상반된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는 배경이다.
경찰은 부검결과 등을 토대로 B씨가 사고 전 다른 외상으로 사망했을 가능성, 즉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부검 결과 B씨 사인은 '다발성 골절 및 근육 사이 출혈 등을 포함한 손상사'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수 골절상으로 인한 출혈로 숨졌다는 의미다.
특히 아직까지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 경찰은 A씨가 몸 상태를 더 회복하는대로 동기 파악을 위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모자는 모두 도민이며 A씨는 몇달 전부터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경찰은 현재 범행을 고려할만 한 채무 관계나 보험 가입 여부, 갈등 문제 등을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다.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차량 블랙박스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경찰은 사고 차량에 사고기록장치(EDR·Event Data Recorder)가 장착돼 있는지 확인 중이다.
또 경찰은 이날 중 A씨 자택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A씨 휴대전화도 압수해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가지 죄명을 놓고 입건한 상황"이라며 "함께 극단선택을 하려 했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에 최소 자살방조 혐의는 충족되고, 존속살해 혐의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어머니 모르게 아들이 극단선택을 시도한 정황이 있는지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