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남아있는데 귀국한 佛의용군, 의미심장한 말 "자살행위..."

입력 2022.03.21 10:46수정 2022.03.21 11:22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에 자원했다가 사흘 만에 귀국한 한 프랑스인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며 현지 경험을 토로했다.

지난 20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지난 12일 우크아니아 서부 야보리브 기지에서 외국인 의용군에 합류했다가 나흘 만에 귀국한 영화 제작자인 알랭 베이젤(57)을 인터뷰했다.

베이젤은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파시스트적인 행위에 분노해 참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폴란드로 이동한 뒤, 기차로 우크라이나 야보리브 기지에 합류했다. 이 기지는 이번 전쟁 초부터 외국인 자원봉사자가 모이는 곳으로 사용됐다.

인터뷰에 따르면, 베이젤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고 하루 동안은 다른 지원자들과 지내면서 전우애에 흠뻑 도취했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오전 5시30분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숙소를 나선 베이젤은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폭발음을 들었다. 바로 러시아의 포격이 시작된 것이다. 공격은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미사일은 10발 넘게 떨어졌다.

포격이 잦아들자 한 50대 영국인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모두 이해했으리라 본다"며 "떠날 사람은 지금 떠나라"라고 말했다. 이에 베이젤을 포함한 50여명이 떠나기로 했다.

베이젤은 "무기와 탄약이 없었다. 전쟁 치를 준비가 되지 않은 부대에 남아있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며 귀환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포격 현장에는 400여명의 의용군 지원자가 있었지만, 무기를 소지한 사람은 60~70명뿐이었다고 한다.

베이젤을 포함해 2주간 군사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은 무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훈련을 마친 의용군 일부도 무기를 지급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젤을 태운 버스가 기지를 떠나고 약 10분 뒤, 러시아군은 이곳에 2차 포격을 가했다. 이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당국은 35명이 숨졌다고 발표했고 러시아 국방부는 18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로 넘어온 베이젤은 프랑스 대사관의 도움으로 이틀 뒤 무사히 파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편 한국인으로는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 유튜버인 이근씨를 포함해 9명이 러시아 침공 후 우크라이나에 무단 입국,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함께 우크라이나로 향한 동료 2명은 지난 16일 국내로 귀국했으며, 자가격리가 끝나는 대로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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