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보수정당이 이른바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을 깨고 5년 만에 대통령 당선인을 배출한 가운데 TK(대구·경북) 출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행(行)'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이 점쳐지면서다.
1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사면복권 이후 서울의 병원에서 치료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에 사저를 마련하고 입주를 앞두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 정착이 알려지면서 사저가 있는 달성 유가읍 쌍계리 일대는 지지자와 방문객 등이 연일 수백명, 주말에는 수천명씩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의 대구행에 TK 여론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산업화 시절을 겪은 60~80대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의 입주를 학수고대하는 모습이다.
동정론도 높다.
대구에 사는 70대 권모씨(여)는 "솔직히 박근혜가 잘못한 것은 없지 않느냐. 친구 잘못 사귄 죄 밖에 없는데, 그걸로 감옥까지 갔다. 감옥에 보낸 윤석열이 당선인 신분일 때 하루빨리 찾아와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성군 주민 오모씨(66)는 "지금까지 살면서 달성 사람 중에 박 전 대통령 욕하는 사람을 1명도 보지 못했다"며 "정치적 고향에 하루빨리 정착해 주민들과 소탈하게 지내며 남은 여생을 편히 보내길 바란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이 제기되자 TK 민심도 술렁이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대구행'과 이 전 대통령의 '사면설'를 바라보는 민심에는 다소 차이가 난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환영 기류가 많은 반면,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다소 강하다.
안모씨(50)는 "박근혜는 어느 정도 죗값을 치렀지만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그야말로 사기꾼 아니냐"며 "만약 윤석열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MB 사면을 요청하면 국민통합을 명목으로 문 대통령을 심리적으로 옥죄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모씨(43)도 "국민통합 차원의 특별사면 요청을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둘 다 죄는 무겁지만 박근혜와 이명박은 범죄의 결이 다른 것 같다. 이명박 사면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모씨(29·여)는 "죄를 지은 전직 대통령 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을 말할 게 아니라,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당 안팎의 갈등을 털고 가는 것이 우선"이라며 "MB 사면 관련 뉴스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편 두 전직 대통령은 모두 윤 당선인과 '악연'을 갖고 있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 구속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앞서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대통령(MB)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정가에서는 윤 당선인이 5월 대통령 취임 전 당선인 신분으로 대구 달성군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