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올해 꿀 농사는 그냥 망했다고 보면 됩니다."
'꿀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상기후를 비롯한 여러 요인으로 소멸 현상이 수개월째 지속하면서 꿀벌은 그야말로 귀한 몸(?)이 됐다.
충북 역시 마찬가지다. 도내 양봉 농가는 꿀벌 소멸 현상으로 말미암아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
이동 양봉을 하는 강인섭씨(62·청주시)는 불과 몇 개월 사이 벌통 470군(개)을 잃었다.
지난겨울부터 꿀벌이 슬금슬금 줄더니 올봄 들어서는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사라졌다. 벌통 1군이 꽉 찼을 때 꿀벌 개체 수가 약 3만 마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1400만 마리가 자취를 감춘 셈이다.
전체 사육 벌통(750군) 중 절반 이상이 망가진 탓에 피해 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강씨는 "지금 양봉 농가는 말 그대로 전쟁을 겪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서 전업 양봉업자는 생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15일 한국양봉협회 충북지회에 따르면 소속 농가 2700여 곳에서 꿀벌 소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농가 별로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절반이 넘는 꿀벌이 사라졌다. 심한 곳은 꿀벌이 전부 폐사하기도 했다.
꿀벌이 사라진 원인 중 하나로 이상기후가 꼽힌다. 지난해 충북지역 연평균 기온은 12.5도로 평년(11.6도)과 비교해 0.9도나 높았다. 기상관측이 이뤄진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고온 현상은 겨울까지 이어졌다. 이런 까닭에 월동해야 하는 꿀벌이 외부로 나가 채집 활동을 하다 기온이 급강하 하면서 돌아오지 못하고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꿀벌에 기생하면서 체액과 조직을 먹고 자라는 해충인 응애 발생 증가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양봉 농가는 예년과 달리 피해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에서 꿀벌이 사라짐에 따라 거래 가격이 크게 올라서다.
벌통 1군 기준으로 거래 가격이 10만~15만원 선이던 꿀벌(양봉)은 근래 들어 30만~4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이마저도 매물이 없어 웃돈이 붙고 있다는 게 양봉업계 설명이다.
반화병 한국양봉협회 충북지회장은 "꿀벌을 다시 채워 놓으려 해도 매물도 없거니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라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면서 "올해 꿀 농사를 사실상 포기한 농가가 많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봉농가는 이미 오래 전부터 흉작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오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이중고를 겪는 농가를 구제할 대책을 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꿀벌 소멸 현상은 비단 양봉 농가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도내 일부 과수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꿀벌은 꿀 채취뿐만 아니라 과수 농가 수분 작업에도 쓰인다. 인공 수분보다 비용 면에서 유리해 과수원에 벌통을 놓는 농민이 적잖다.
배 과수원을 하는 강모씨(37·진천군 덕산읍)는 "배꽃 수정 시기 과수원에 벌통을 갖다 놓고 수분을 해왔으나 올해는 벌이 없어 사람 손으로 직접 해야 할 처지"라며 "인건비도 문제지만 일할 사람을 구할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