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가 막바지에 이르던 지난 10일 새벽. 국민의힘 개표상황실 맨 앞줄 좌석 세 개에 이름표가 붙었다. 중앙 좌석에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라고 적혔지만 그 양옆 좌석에 붙은 종이는 '백지'였다. 백지 좌석의 양옆은 각각 이준석 대표와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 자리였다.
현장에선 빈 자리 두 곳의 주인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건희 여사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당대표와 선대본부 수장보다 후보 곁에 가까이 앉을 인사라면 그 두 사람밖에 없다는 건 합리적 추론이었다.
실제로 후보 오른쪽 자리엔 안 대표가 앉았다. 하지만 남은 백지 좌석 한 자리의 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권영세 본부장이 한 칸 당겨 앉아 자리를 채웠다. 이렇게 김 여사의 공개 일정은 또 한번 미뤄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11일 김 여사의 공개 일정 계획에 대해 "예측하기가 정말 힘들다.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후보 신분이었을 때는 물론 대통령 당선인이 된 지금도 역시 '영부인의 등장'은 오로지 당선인과 배우자의 몫이라는 취지다.
그럼에도 당내에선 김 여사의 등장을 내심 기대하고 또 준비하는 눈치다. 전날(10일) 선거대책본부 내부에서는 당선 인사 때는 김 여사가 윤 당선인과 동행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마련된 '백지 좌석'이었다. 대통령이건 도지사건 국회의원이건, 당선 순간 당선인 부부의 투샷은 매우 자연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김 여사는 당일 새벽 자택에 머물렀다. 대신 뉴스1에 "당선인이 국민께 부여받은 소명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미력하게나마 곁에서 조력하겠다"며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의 그늘진 곳에 당선인이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내조에 주력하면서도 대통령이 챙기기 어려운 분야에 대해서는 조용히 신경써 돕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당선인 부부의 결혼 10주년이다. 두 사람은 2012년 3월11일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번 주말 당선인 부부가 깜짝 주말 여행을 떠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가 당선인 주변에서 나온다.
실제 윤 당선인은 참모들에게 "대통령직인수위가 출범하면 바쁘니 그 전에 하루 이틀 정도 내려갔다 오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윤 당선인과 첫 통화를 한 문재인 대통령도 업무가 바빠지는 인수위 출범 전에 휴식을 가질 것을 권했다고 한다.
이날 윤 당선인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및 크리스토퍼 델 코스 주한미국대사대리 접견 일정을 비롯해 비공개 일정을 다수 소화할 계획이어서 일정을 마무리한 이날 밤이나 토요일인 12일부터 일요일까지 김 여사와 함께 '휴가'를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