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 한잔 얼마길래..."더이상 '서민 메뉴' 아니다"

입력 2022.02.22 06:01수정 2022.02.22 08:48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얼마길래..."더이상 '서민 메뉴' 아니다"
농축산물, 생필품 등 거의 전 품목에 걸쳐 지난해부터 줄줄이 가격이 인상된 가운데 오는 23일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소주 출고 가격이 일제히 오른다. ‘조만간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시죠’ 등 서민들의 정감 있는 인사말들이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News1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얼마길래..."더이상 '서민 메뉴' 아니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휘발유 가격도 유류세 인하 효과를 아예 상쇄시키고 연일 치솟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21일 기준 대전지역 휘발유 판매가는 L당 1735원(전국 평균 1736원)을 기록했다.© News1

(대전=뉴스1) 심영석 기자 = "삼겹살에 소주 한잔."

조촐한 저녁자리를 상징하는 정감 있는 인사말에도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연일 치솟고 있는 밥상 물가에 주류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을 예고하면서 서민 가계에 주름이 늘었다.

농축산물, 생필품 등 거의 전 품목에 걸쳐 지난해부터 가격이 인상된 가운데, 오는 23일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소주 출고 가격이 일제히 오른다.

2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23일부터 참이슬과 진로 등 소주 출고가를 평균 7.9% 올릴 예정이다.

2019년 5월1일 이후 2년 9개월 만에 대폭 인상된 것이다. 주정 가격이 올랐고 병뚜껑과 공병 등 취급 수수료가 올라 어쩔 수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이트진로의 출고가 인상으로 나머지 소주 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세종·충남 등 충청권을 연고로 하고 있는 주류업체인 ㈜맥키스컴퍼니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임원진들을 중심으로 출고가 인상을 현재 검토 중”이라며 “빠르면 3월부터 하이트진로와 마찬가지로 평균 7.9% 인상 수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의 출고가 인상으로 대전지역 식당과 주점 등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도 1병당 현행 4000~5000원에서 5000~6000원선으로 1000원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출고가 인상을 당장 소비자 가격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48·여)는 “소주 한 병에 5000원은 아직 손님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자칫 이문만 챙기려는 사장으로 낙인찍힐까 봐 걱정”이라며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데 소줏값으로 오는 손님까지 보낼 수는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대표적 외식 품목인 삼겹살 가격도 최근 크게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대전 주요 음식점들의 삼겹살(국산·200g) 평균 판매가는 1만7117원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시중 식당에서 2~3인이 모여 삼겹살 3~4인분에 소주를 곁들이면 10만원은 족히 든다는 얘기다.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저녁 술자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조만간 ‘소맥(소주+맥주) 폭탄주’ 1만원 시대가 될 것이라는 말이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외식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정부가 오는 23일부터 ‘외식가격 공표제’를 시행하겠다고 나서자 자영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죽·김밥·햄버거·치킨 등을 비롯 자장면·삼겹살·갈비탕 등 총 12개 품목의 가격을 매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외식가격이 오른 것을 고물가의 주요 원인으로 자신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대전 중구 태평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62·여)는 “지난 주말부터 오후 10시로 영업시간이 늘어났지만 오미크론 대확산 때문인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라며 “장류,조미류, 밀가루 등 원재료들이 다 올랐다. 손해보고 장사를 할 순 없지 않느냐.(음식값)인상을 왜 우리 책임으로 돌리며 감시하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휘발유 가격도 유류세 인하 효과를 아예 상쇄시키고 연일 치솟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21일 기준 대전지역 휘발유 판매가는 L당 1735원(전국 평균 1736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달 전 1646원보다 89원이나 오른 것이며,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적용 전 최고치인 L당 1807원에 근접(72원)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4월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국 석유 수요 강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

서구 내동 거주 시민 C씨(50·여)는 “내수 활성화를 명분으로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결코 공짜가 아닌 것을 대책 없이 치솟는 물가에서 깨달았다”라며 “물가안정은 국민 생활을 돌보는 기본정책인데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서민들의 삶이나 제대로 챙기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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