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도 7개월 영아도 사망…곳곳 '구멍' 인데 아니라는 정부

입력 2022.02.21 10:40수정 2022.02.21 10:53
50대도 7개월 영아도 사망…곳곳 '구멍' 인데 아니라는 정부
구급차들(송파소방서 제공) 2021.12.23/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격리중인 50대 확진자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고 7개월 영아가 병상을 찾아 이송 중에 사망하는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재택치료 시스템 곳곳에서 구멍이 발생하고 있다. 재택치료 중의 응급상황을 위한 대비책들이 이미 있지만 확진자 폭증에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50대 확진자 판정 후 혼자 격리하다 사망

지난 1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씨(59)는 이튿날인 19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주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평소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확진 판정이 나오자 추가 감염을 우려해 가족을 다른 장소로 보내고 혼자 집에 머무른 그는 사망 전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연락하면서 "몸이 좋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당국은 이 남성과 기초역학조사를 위한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재택치료 중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고 20일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서울시 확인 결과 기초역학조사 등을 위해 보건소에서 18일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이뤄지지 않고 사망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혼자 재택치료 중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주중은 '비대면 전화상담처방 동네 병·의원'으로 주말과 휴일에는 '재택관리 의료상담센터'(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목록)로 연락하거나 119에 바로 연락해야 한다. 하지만 혼자 재택치료 중일 경우 상태가 급격히 안좋아지면 연락을 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재택치료 중 감기·몸살 증세, 인후통, 극심한 피로감 등의 오미크론 감염 증상 외에 호흡곤란이 생기거나 37.8도 이상 열이 3일 이상 지속될 때, 그리고 가슴통증이 있을 때는 위험해 긴급 의료지원이 필요하다. 고열은 폐렴으로 발전된 것, 가슴통증은 폐색전증이나 심질환 가능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 남성이 기초역학조사도 이뤄지기 전 사망해 재택치료 중 사망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확진자는 검체 채취일로부터 7일간 자택이나 시설에서 격리하도록 돼 있어 결국 재택치료 제도의 허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고열 증세' 7개월 영아 병상확보 늦어져 목숨 잃어

7개월 영아가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 확보가 늦어져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20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8시33분쯤 B군의 엄마로부터 "아이가 고열에 경기를 일으킨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B군과 부모 모두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재택치료를 받던 상황이었다. 119구급대는 신고 접수 6분만에 도착했지만 이미 B군은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였고, 구급대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이송 가능 병원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확진자 증가로 인해 B군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고 10곳이 넘는 병원에 전화 연락을 취한 후 신고접수 40여분 만에 받아주겠다는 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B군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당국은 소아 경우 위중증은 적지만 상태가 급격히 변화할 수 있어 11세 이하 소아청소년은 호흡기전담클리닉, 호흡기 진료 지정의료기관 등에서 1일 2회까지 상담이 가능하도록 했다. 방역 당국은 지난 11일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상주하는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도 구축한다고 했고,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에 속한 소아청소년을 위해 소아 우선병상도 14개소에 135병상 마련됐고 신생아 집중치료 병상도 3개 병원에 준비된 상태라고 밝혔다.

임신부도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산부인과 의료기관을 통해 전화 상담·처방을 받고 조산이 우려되거나 분만이 가까워지면 코로나19 환자용 분만 병상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분만병상을 찾는 과정이 힘들어지고 있다.

◇'구급차 분만'도 다시 발생…재택치료 47만명에 시스템 '삐그덕'

지난 14일 광주에서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외국인 산모가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일이 또 일어났다. 늘 응급 상황일 수밖에 없는 분만에 맞춰 빠른 시간 내에 이송가능한 병상을 찾는 것도 힘들 뿐 아니라 분만 병상이 있어도 산부인과, 소아과, 마취과 인력이 같이 동원되어야 하기 때문에 임신부 응급대응은 더 복잡하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경우 병원이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병상 확보에 애를 먹는 일이 적지 않다"며 "위급한 환자들을 즉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재택치료는 오미크론으로 인해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의료자원을 고위험군에게 집중하기 위해 도입됐다.

재택치료 규모가 21일 기준 약 47만명이 됐지만 아직 유행 정점까지 가지 못해 일반관리군 중 50대, 그리고 소아와 임신부가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