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생선 먹다 딱 걸린 자칭 '엄격한 비건' 뉴욕시장의 '황당 해명'

입력 2022.02.09 09:20수정 2022.02.09 09:29
애덤스 뉴욕시장 "완벽하지 않은 비건" 해명
뉴욕타임스 
"애덤스가 생선 먹는다고 큰일 나지 않아"
"문제는 애덤스가 팩트 왜곡과 말 바꾸기"
몰래 생선 먹다 딱 걸린 자칭 '엄격한 비건' 뉴욕시장의 '황당 해명'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 당선인이 지난 2일 지지자 사이에서 웃는 모습.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비건'을 자처한 미국 뉴욕시장이 생선 요리 애호가로 밝혀져 논란이다. '생선을 먹는 것 아니냐' 언론의 의혹제기에 대해 "오보"라며 부인한 바 있다. SNS에선 뉴욕시장이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피쉬게이트(FishGate)'란 조롱 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지난 7일 성명을 내 "나는 완벽하지 않은 비건"이라며 "식단을 채식 위주로 구성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항상 비건 식단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비건은 고기나 해산물은 물론이고 우유나 치즈,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를 뜻한다.

지난 5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애덤스가 맨해튼의 이탈리안 식당에서 수차례 생선 요리를 주문해 먹었다"고 보도하자 애덤스 측은 "오보"라고 반박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증거가 속속 나오자 애덤스 시장이 이틀만에 사실임을 인정한 것이다.

애덤스 시장은 지난 5년간 '완벽한 비건' 홍보대사를 자처한 인물이다. 그는 2016년 비만과 당뇨로 인해 실명 위기까지 갔다가, 채식으로 바꾸면서 35파운드(16㎏)를 감량하고 건강을 되찾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2017년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얼굴이 있거나 어미가 있는 어떤 것도 먹지 않는다"고 자신이 엄격한 비건임을 밝혔다.

몰래 생선 먹다 딱 걸린 자칭 '엄격한 비건' 뉴욕시장의 '황당 해명'
트위터 갈무리
2020년 애덤스는 시장 출마 선언을 한 뒤 자신의 채식기를 담은 책(Healthy at Last)를 냈고, 뉴욕시 의료·교육 분야에 비건 장려책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그의 선거 슬로건은 '뉴욕 최초의 비건 시장'이었다. 이는 동문 윤리와 정치적 올바름 등을 중시하는 뉴욕시 젋은층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올초 취임 후 공약대로 2월부터 뉴욕시 공립학교에서 금요일마다 비건 급식을 제공하는 '비건 프라이데이' 정책까지 실시 중이다.

그의 비건행보가 무색하게 지난해 뉴욕시장 경선 때부터 애덤스가 비건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7월 뉴욕포스트가 "할렘에서 애덤스가 구운 생선요리 먹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고 보도했으나 당시 애덤스 캠프는 "생선이 아니라 가지 요리를 먹었다. 치즈가루조차 뿌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애덤스 시장의 집을 방문했던 기자들이 "냉장고에 연어가 있더라"고 지적했지만 "아들의 몫"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8일 "채식의 단계에는 해산물 채식주의도 있다. 애덤스가 생선을 먹는다고 해서 큰일 날 일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애덤스가 자주 팩트를 왜곡하고 유불리에 따라 말을 바꾼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몰래 생선 먹다 딱 걸린 자칭 '엄격한 비건' 뉴욕시장의 '황당 해명'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의 채식 관련 저서. 아마존 갈무리
애덤스는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뉴욕 브루클린의 반지하 아파트에 산다"고 주장했지만 뉴저지주 포트리의 내연녀 소유 고층 아파트에 대부분 거주해왔다는 의혹 등 거짓말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애덤스는 작고한 데이비드 딘킨스(1990∼1993년 재임) 전 시장에 이어 두 번째 흑인 뉴욕시장으로 22년간 치안에 공을 쏟은 베테랑 경찰 간부 출신이다. 애덤스는 2006년 경찰을 그만두고 뉴욕주 상원의원이 된 뒤 동성결혼 허용에 찬성하는 등 진보적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2013년 뉴욕시의 자치구인 브루클린에서 구청장으로 재임한 바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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