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강수련 기자 = 장애인 단체가 2월 들어 매일같이 출근 시간대에 서울 지하철 승강장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하철 시위는 올 들어서만 벌써 7차례 진행됐다.
시민들은 지하철 지연 운행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며 시위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권리를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장연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장애인권리예산 약속하면 그만둘 것"
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단체들의 지하철 시위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지난해 12월6일부터 혜화역에서 진행 중인 출근 선전전이다. 이들은 Δ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Δ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Δ장애인 활동지원 하루 최대 24시간 보장 예산 책임 Δ장애인 탈시설 예산 24억원, 거주시설 예산 6224억원 수준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권리예산을 기획재정부에서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 12월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에 대해 기재부가 예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두번째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출근길 기습 시위'다. 기습시위에서는 장애인의 이동권·교육권·노동권·탈시설권리를 위한 장애인권리예산을 각 당 대통령 후보들이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장연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기습시위는 대통령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요구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이를 공약으로 약속하기 전까지 기습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불편 호소 vs 장애인 문제 관심 가져야…목소리 엇갈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지하철 이동권 문제가 아닌 예산 확보 요구를 출근길 지하철에서 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한다.
이날 시위로 지각했다는 광진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정모씨(37)는 "장애인의 지하철 이동권 문제라면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이유를 이해라도 할텐데, 장애인 예산을 확보해 달라는 시위를 지하철서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동안 장애인 단체에서 진행한 지하철 승하차 시위는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설치 등을 요구하기 위해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기준 서울 지하철 역사 275개 중 254개역(92.3%)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오는 2024년까지는 서울시 시비 약 650억원을 투입해 100%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경기도 과천에 거주하는 장모씨(35·여)는 "장애인권리예산 확보 목적이 과연 공익인지, 막무가내 시위가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회적으로 옳은 것인지 생각해볼 문제아닌가 싶다"며 "관심은 끌겠지만 공감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출근길 지연을 겪은 회사원 박모씨(31·여)는 "장애인단체가 저렇게까지 안했으면 기사도 많이 안났을 거고, 이같은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파업이나 시위로 피해를 봐도 이해하는 분위기가 더 큰 편인데 너무 비난만 받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 경찰 장애인 단체 대표 입건…서교공 3000만원 손배소 제기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역시 이같은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시위에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서울 혜화경찰서와 종로경찰서는 지난 1월17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장연)의 상임대표 A씨를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측은 "현재 관계자들에 대한 사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역시 지난해 11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장연,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 등 관계자 4명을 상대로 상대로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해당 단체들이 7차례에 걸쳐 전동 휠체어를 타고 전동차 승하차를 반복하는 시위를 해 6시간 넘게 전동차 운행이 지연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