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납치됐어요" 5천만원 요구하자 70대男 은행 찾아...

입력 2022.01.27 11:57수정 2022.01.27 12:07
"아들이 납치됐어요" 5천만원 요구하자 70대男 은행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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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우리 아들이 납치됐는데 좀 도와주세요."

지난 26일 오후 전북 전주완산경찰서 삼천지구대에 70대 남성 A씨가 찾아와 도움을 청했다.

이 남성은 지구대 경찰관에게 "아들이 납치됐는데,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져서 전화가 끊겼다"고 말했다.

전화금융사기에 연루된 상황임을 직감한 경찰관들은 우선 A씨를 진정시켜가며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임실 오수에 거주하는 A씨에게 전화를 건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아들이 납치됐으니, 찾고 싶으면 5000만원을 준비해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A씨가 "2000만원 밖에 없다"고 답하자 전화기 너머에 있던 사람은 "그럼 2000만원이라도 찾아오라"고 시켰다.

놀란 A씨는 임실의 한 은행에서 2000만원짜리 적금을 해지해 현금화했다. 이후 지령에 따라 전주까지 오게 됐다.

A씨는 전주시 삼천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태국국적 외국인인 B씨(41·여)를 만나, 2000만원을 전달했다.

하지만 A씨가 들고온 봉투를 확인한 B씨는 현금 1000만원만 가져가고, 수표로 된 나머지 1000만원은 은행에 가서 바꿔오라며 돌려줬다.

이에 A씨는 인근 은행을 방문해 수표 1000만원을 환전해 다시 B씨를 만나러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A씨 휴대전화의 배터리가 방전됐다.

당시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모든 순간을 감시하기 위해 전화를 끊지 못하게 A씨를 협박하며, 지속적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A씨는 아들에게 확인 전화 한 통마저 해볼 수 없었다. 배터리가 방전된 이유도 이때문이었다.


갑작스레 휴대전화가 꺼지며 통화가 끊어지자 놀란 A씨는 눈 앞에 보이는 삼천지구대의 문을 열고 도움을 청하게 됐다.

A씨의 이야기를 들은 경찰관 5명은 즉시 사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뒤 A씨와 약속장소로 향했고, 돈을 건네받는 인출책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유치장에 입감시켰다.

경찰관계자는 "갑자기 휴대전화가 꺼지면서 경찰들이 도울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피의자를 붙잡아 자세한 경위와 여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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