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베트남인 A씨(36)는 고향에 있는 아내와 어린 두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2020년 2월20일 한국에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B씨(55)가 선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 안강망 어선(75톤·목포선적)의 선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타국에서의 뱃일이 낯설 법도 했지만 그는 비교적 성실하게 선원생활을 했다.
사달은 A씨가 한국에 온 지 겨우 5개월 밖에 안 된 그 해 7월23일에 벌어졌다.
한여름 밤이었던 그 날 오후 8시20분쯤 제주시의 한 항구에 정박 중이던 어선 위에서 A씨가 상자에 들어 있던 어획물을 쏟는 실수를 한 것이다.
A씨는 홧김에 어획물이 담긴 상자를 걷어차는 등 불량한 행동을 보였고, 결국 B씨로부터 배에서 내리라는 말을 듣기에 이르렀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A씨는 곧장 어선 주방으로 가 흉기를 손에 들고 나온 뒤 그대로 B씨에게 다가가 흉기로 B씨의 오른쪽 옆구리 부분을 한 차례 힘껏 찔렀다.
A씨는 피를 흘리며 도망가는 B씨를 뒤쫓아가며 또다시 해당 흉기로 B씨의 목 부위를 찌르려고 했지만 동료 선원이 흉기를 빼앗아 바다에 버리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에도 A씨는 "저 XX, 죽여버릴 거야"라고 소리치면서 재차 어선 식당에 들어가 흉기를 찾는 등 계속 B씨를 살해하려고 했으나 동료 선원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결국 덜미를 잡혔다.
끝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B씨의 옆구리를 흉기로 찌른 건 맞지만 당시 B씨를 살해할 고의는 없었고 자발적으로 범행을 멈추기도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충격을 받았음에도 피고인이 진정으로 뉘우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2020년 12월24일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31일 열린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법원에 이르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피고인이 국내에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선고 배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