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날아갔는데도 'K9 자주포' 수출 불발 위기…이집트에 무슨 일이?

입력 2022.01.21 18:25수정 2022.01.21 20:55
文 날아갔는데도 'K9 자주포' 수출 불발 위기…이집트에 무슨 일이?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22.1.21/뉴스1

(서울·카이로=뉴스1) 김상훈 기자,조소영 기자 =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조원 규모의 K9 국산 자주포의 이집트 수출 계약을 위해 끝까지 협상을 지시한 가운데 마지막 순방 성과를 안고 귀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20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공식 오찬에서 강은호 방사청장을 불러 계속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엘시시 대통령도 이집트 방산물자 장관에게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 청장은 호텔로 돌아와 K9 자주포 개발사인 한화디펜스와도 K9 자주포 협상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K9 자주포의 이집트 수출은 문 대통령 순방 전부터 계약이 성사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면서 문 대통령과 엘시시 대통령 간 정상회담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계약 성과가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당초 청와대는 이번 문 대통령의 중동 3개국 순방에서 첫 방문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수출이 성사된 국산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와 이집트 K9 자주포 수출 등의 방산 수주를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었다.

실제 개발사인 한화디펜스는 지난해 12월 초 열린 이집트 방산전시회(EDEX 2021)에 K9 자주포 실물을 전시하기도 했고, 엘시시 대통령도 당시 한화디펜스 부스를 찾아 기대감을 높였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전날 공동언론발표에서 문 대통령은 "최종 타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언급했다. 이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K9 자주포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음이 공식 확인한 것으로 결렬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이 직접 날아가 분위기를 조성했는데도 최종 계약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번 중동 순방의 성과에 '옥의 티'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가 순방 기간 중 협상 타결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도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수출을 마무리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K9 최종 협상 타결을 염두에 두고 마지막까지 관련한 현장 시찰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여전히 협상 결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양측은 가격과 현지공장에서의 기술 이전 등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강 청장은 이날 오전(한국시간) MBC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라며 "최종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청장은 "(한·이집트) 양국 정상이 K9 자주포 협력 사업에 대해 정말 중요하고 양국 간 방산능력을 더 확대할 수 있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도 "협력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참여업체들과 그 내용을 토의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부딪히면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 간의 이견이 없다 하더라도 계약 주체가 민간 기업인 만큼 구체적인 협력 사업에 대해선 이해관계에 따라 시간이 더 지체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약이 극적 타결될 가능성도 끝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전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순방 일정이 마무리되기 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남아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K9 사업이 상호 이익이 되는 계약임은 서로 확신하고 있어서 조심스레 협상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공군 1호기를 타고 이집트를 떠나 한국시간으로 오는 22일 오전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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