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치우라"는 위문편지 쓴 명문여고, 논란 커지자 억울함 호소

입력 2022.01.12 09:51수정 2022.01.12 10:26
"눈 치우라"는 위문편지 쓴 명문여고, 논란 커지자 억울함 호소
서울의 한 여고생이 군 장병에게 보낸 위문편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눈 치우라"는 위문편지 쓴 명문여고, 논란 커지자 억울함 호소
서울의 한 여고생이 군 장병에게 보낸 위문편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눈 치우라"는 위문편지 쓴 명문여고, 논란 커지자 억울함 호소
해당 여고에서 학생들에게 나눠준 유의사항과 청와대 국민청원. (트위터/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여고생이 군 장병에게 보낸 위문편지가 온라인에 퍼지면서 해당 고등학교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재학생들은 "학교가 억지로 쓰게 시켰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구가 올려달라 해서 올린다'며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이 군인에게 보낸 위문편지가 올라왔다.

지난달 30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추운 날씨에 나라를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이런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 아닐까요?"라고 했다.

이어 "군대에서 노래도 부르잖아요. 사나이로 태어나서 어쩌고. 이 내용은 지우래요"라며 두 줄을 그었다. 그러면서 "저도 이제 고3이라 죽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 파이팅.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라고 적었다.

글 작성자는 "대부분 다 예쁜 편지지에 좋은 말 받았는데 (친구만) 혼자 저런 편지 받아서 의욕도 떨어지고 너무 속상했다더라. 차라리 쓰질 말지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학생이 작성한 편지도 공개됐다. 이 학생은 "겨울이네요. 군대에 샤인머스켓은 나오나요?"라며 "저는 추워서 집 가고 싶어요. 파이팅 입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사기를 올리는 내용이 뭐가 있나 고민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쫄만한 게 없는 거 같다. 아름다운 계절이니만큼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마시고 편안한 하루 되길 바란다"고 했다. 끝으로 "이 편지를 받는 분껜 좀 죄송한데 집 가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 같다"고 했다.

이 편지를 본 누리꾼들 일부는 해당 고등학교의 구글, 카카오맵 등 리뷰에 '별점 테러'를 가하고 있다. 리뷰에는 "명문여고였는데 이렇게 나락을 가버렸다", "졸업장 받는 순간 페미니스트로 낙인 찍힐 학교", "지켜주는 군인 비하하는 거 보니 수준 알만하다", "별 1개도 아깝다",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나라 지키는 게 정말 무의미하다고 느껴진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재학생들은 왜 이런 편지를 쓰게 됐는지 항변했다. 한 재학생은 "위문편지 쓰라고 했을 때 반발이 엄청 심했는데, 학교 측에서 가이드라인까지 나눠주면서 억지로 쓰게 시켰다"며 "특정 부대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어서 안 쓰면 봉사시간을 못 받게 불이익 주는 시스템이어서 두 장씩 억지로 썼다"고 설명했다.

또 이 재학생은 "왜 여고 애들만 쓰냐고 물었는데 선생님들도 그냥 납득하고 쓰라고 종용하셨다. 꼬우면 여고생만 (편지 쓰게) 시키지 마라"라면서 "SNS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 기재가 금지돼있는데, 실제로 기재했다가 군인이 찾아온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재학생 역시 "학교가 강요한 것임을 밝히고 싶다. 편지 쓰기 하루 전날 갑자기 공지 받았고, 봉사시간 1시간을 위해 하교하자마자 돈 내고 편지지 샀다"며 "우리도 강제 당한 입장이라 절대 기분 좋지 않다. 한 장만 쓴 것도 아니고 편지지 두 장 가져오게 해서 한 장에 먼저 쓰게 하고, 쓴 것 그대로 다른 편지지에 옮겨적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위문편지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12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 편지 금지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번에 위문편지가 강요된 ○○여고 학생들에게 배포된 위문 편지 주의점에는 명확하게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음'이라고 적혀 있따"며 "편지를 쓴 학생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여고에서만 이뤄지는 위문 편지 금해주시길 바란다. 미성년자에 불과한 여학생들이 성인남성을 위로한다는 편지를 억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잘 아실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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