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밖으로 튕겨나간 고교생 운전자, 무슨 일?

입력 2022.01.02 06:04수정 2022.01.02 19:27
차밖으로 튕겨나간 고교생 운전자,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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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고귀한 기자 = '끼이이익 쿵!'

지난 2020년 9월13일 오후 11시40분쯤 자동차 충돌음이 전남 목포에 있는 한 마을의 정적을 깼다.

찢어질 듯했던 소음만큼이나 사고의 여파는 더욱 끔찍했다.

두 차량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찌그러졌고, 두 차의 탑승자 3명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함께 차에 탑승했던 4명도 생사를 오가며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당시 교통 사망사고는 운전자와 동승자 4명 등 5명이 탑승한 쏘나타가 제한속도 60㎞/h 도로에서 123㎞/h로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하다 운전자 등 2명이 탄 K7과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쏘나타 운전자와 탑승자들은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A군(18)과 B군 등 동갑내기 고등학생들로 확인됐다. 차량 역시 명의를 도용해 빌린 렌터카였다.

K7엔 대리운전 기사와 충돌로 사망한 50대 남성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는 타이어의 미끄러진 흔적이나 도로 CCTV 등으로 확인했을 때, 고교생들의 일탈에 의한 단순 교통사고로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가해 쏘나타의 운전자가 누구였는지 밝히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해당 승용차 학생들은 몸이 전부 차 밖으로 튕겨 나가 있었고, 차 블랙박스마저 크게 훼손됐다. 당초 운전자로 특정됐던 A군 역시 자신이 운전자가 아니라고 발뺌했다.

A군은 '충돌 직전까지 운전했던 것은 맞으나, 사고 전 다른 친구에게 운전대를 넘겼다'란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계속되는 A군의 거짓말은 사고 한 달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들통이 났다. 국과수는 해당 차 핸들과 에어백 표면에 있는 유전자 채취를 통해 A군의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감정결과를 발표했다. 차에 동승했던 학생들이 역시 A군을 사고 당시 운전자로 지목했다.

결국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운전) 등 혐의로 넘겨진 A군은 1심에서 징역 장기 4년에 단기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면허를 취득한 적이 없는 학생으로 제한속도를 초과하고, 중앙선을 넘어 질주하다가 피해차 및 가해차에 타고 있던 피해자들을 사상에 이르게 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친구를 운전자로 지목하면서 반성하고 있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1심의 형을 받아들이지 않은 A군은 또다시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를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2심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심의 범죄사실과 같이 이 사건 당시 운전을 해 사고를 낸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면서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유족 등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함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하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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