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자해 시도를 해 정신 치료를 받았던 의붓딸이 방문을 열어주지 않자 문을 부수고 들어간 이에게 검찰이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검찰을 상대로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인용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9월 주거지인 아파트에서 의붓딸이 방문을 열어주지 않자 펜치로 방문 손잡이를 훼손해 재물손괴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 A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자, 이에 불복한 A씨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10년 간 동거해 왔던 B씨와 2018년 4월 혼인 신고 한 뒤 B씨 명의의 아파트에서 의붓딸과 함께 생활해 왔다.
의붓딸은 2019년 2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정신치료를 받았는데, '친어머니의 가출과 아버지의 잦은 외박, 그에 이은 재혼으로 인해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몇 차례 자해를 시도한 전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의붓딸이 술을 마시면 정신적으로 심각해지는 데다 이 사건 며칠 전에도 눈썹손질용 칼로 손목을 그은 적이 있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방 안 사정이 걱정돼 펜치로 방문 손잡이를 두드리게 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방문 손잡이를 훼손했다'는 형법상 재물손괴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의붓딸이 자해 전력이 있는 만큼 범죄성립 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A씨가 수차례 문을 두드렸음에도 방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면 A씨로서는 의붓딸이 자해를 했거나 시도할 지도 모른다는 오인할 만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추가로 수사해 종합적으로 검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