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을 설명하는 단어들로는 '수입차'와 '럭셔리'가 있다. 수입차에 대한 선호현상이 커지며 수입차는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중에서도 1억원이 넘는 초고가 수입차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올 한해 고가 수입차 전성시대가 펼쳐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1~11월) 들어 국내에서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25만2242대다. 이는 전년 24만3440대 대비 3.6% 증가한 수준이다.
이가운데 1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의 판매량은 5만9435대에 달한다. 전년 4만3158대와 비교해 37% 가량 증가한 수준으로, 전체 판매량에서 23% 이상을 차지한다. 즉, 올해 들어 판매된 수입차 10대 중 2대 이상은 1억원이 넘는 '초고가 럭셔리카'였던 셈이다.
구체적으로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상당의 수입차는 4만3020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33% 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1억5000만원을 넘어서는 '초고가' 수입차도 1만6415대가 신규 등록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1만817대와 비교해 51% 증가한 것이다.
1억원대 수입차 판매량은 다른 가격대 판매량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가격대는 5000만원에서 7000만원대로 총 8만2935대가 팔렸다. 이어 7000만원에서 1억원대가 5만886대로 2위를 차지했고, 1억원에서 1억5000만원대가 4만3023대로 3위에 올랐다. 4000만원에서 5000만원대(3만6836대), 3000만원에서 4000만원대(1만6844대)에 앞서는 수준이다. 1억5000만원 이상의 수입차는 1만6415대가 팔린 반면 3000만원 이하의 수입차는 5289대 판매에 그쳤다.
1억원에서 1억5000만원대 수입차를 브랜드별로 보면 메르세데스-벤츠가 1만5408대로 1위에 올랐고 BMW가 1만4914대로 메르세데스-벤츠를 바짝 뒤쫓았다. 3위는 럭셔리카 브랜드인 포르쉐로 5856대가 팔렸다. 이는 수입차 시장의 영원한 3위 브랜드인 아우디(4101대)보다 1700여대 많은 수준이다.
1억5000만원을 넘어서는 초고가 수입차 판매량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메르세데스-벤츠가 1만289대로 1위를, BMW가 2393대로 2위를 차지했다. 포르쉐는 1억5000만원을 넘는 가격대에서도 3위(1745대)를 차지했고, 4위 역시 럭셔리카 브랜드로 유명한 벤틀리(484대)가 차지하며 아우디(480대)를 앞질렀다.
브랜드별 순위에서 알 수 있 듯 포르쉐와 벤틀리 등 초고가 럭셔리카 브랜드의 약진이 눈에 띈다. 수입차 중에서도 고가 수입차 선호현상이 짙어짐에 따라 이들 브랜드의 판매량은 그야말로 고공행진 했는데, 벤틀리의 경우 올해 484대 판매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91.3% 판매량이 늘었다. 포르쉐도 8167대 판매로 15.3% 판매량이 증가했고 람보르기의 판매량도 14.9% 늘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최근 몇년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 역대 최대였던 2018년의 26만705대를 넘어서는 최대 호황을 기록했다. 올해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이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수입차 연간 판매량이 30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기대가 나왔으나 하반기 들어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수입차의 판매량이 잠시 '주춤'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지난해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는 내년에도 수입차 선호현상, 이중에서도 1억원이 넘는 초고가 수입차 판매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 영향으로 초고가 수입차 판매량이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며 "자동차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움직이는 가전제품' 혹은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수입차 시장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며 "국산차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 크게 영향 받고 있고, 르쌍쉐의 경우 생산차질 문제를 겪는 상황에서 수입차에 대한 선호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