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울=뉴스1) 김현 특파원,김민수 기자 = 중국 정부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인공위성이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시간으로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우주 비행사들의 생명과 우주시설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책임있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달 유엔에 제출한 자료 등을 통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이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 궤도상에 있는 중국의 톈궁 우주정거장에 접근해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항로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10월 사건 관련 위성에 대해 "당시 (스페이스X 위성의) 이동 계획을 알 수 없었으며, 궤도 오차를 가늠하기 어려웠다"며 "우주비행사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이어 "정부기관에 의해 수행되든 비정부 기관에 의해 수행되든 간에 우주에서의 국가 활동에 대해 국제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페이스X는 저궤도 소형 위성 4만2000개를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서 이용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는 스타링크 위성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2019년 이후 1900개 이상의 위성을 우주로 보냈다. 이 네트워크 사업에 대해선 우주 과밀과 다른 우주선에 대한 안전 위협, 천체 관측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이 이른바 우주에서의 책임있는 행동 개념을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 잣대"라며 미국이 우주 국제협약에 따른 의무를 무시하고 우주비행사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SCMP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 3월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 협약을 맺고 스타링크 위성이 국제우주정거장이나 다른 나사 우주선에 너무 가까이 접근할 경우 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방향을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위성에 충돌을 피하기 위한 자율 궤도변경 기능이 탑재돼 있어 조우시 다른 우주선들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고 SCMP는 전했다.
한편, 톈궁의 항로 변경 사실이 전해지면서 일론 머스크를 향한 중국 누리꾼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상에는 머스크와 회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한 해시태그는 8700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중국인들이 테슬라 전기차를 산 금액이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위성 제작에 흘러들어 간 것은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테슬라를 보이콧하자"는 등 중국의 국익에 반하는 테슬라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의견이 많았다.
조나단 맥도웰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 관계자는 "스타링크가 발사된 이후로 근접 충돌할 수 있는 경우가 증가했다"며 만약 우주정거장이 발사체와 충돌한다면 피해가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