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3대 박은 음주운전男은 멀쩡한데, 취준 딸 보고 내려가던 엄마는...

입력 2021.12.26 07:00수정 2021.12.26 18:01
차 3대 박은 음주운전男은 멀쩡한데, 취준 딸 보고 내려가던 엄마는...
© News1 DB

(창원=뉴스1) 강대한 기자 = 지난 8월20일 밤 9시5분쯤 경남 김해시 명법교차로 앞 도로상. 대법륜사 쪽에서 김해교차로(IC) 쪽으로 그랜저 승용차 한 대가 이동하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이는 김해시복지재단의 40대 직원 A씨였다.

승용차가 2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쿵’하는 소리가 났다. 이미 3차로를 달리고 있던 SUV차량인 투싼 뒷바퀴를 친 것이다. 이때부터 A씨의 곡예 운전이 시작됐다.

당시 A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수칙을 위반해 직장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혈중알코올농도 0.176%의 만취상태였다. 겁도 없이 운전대를 잡은 A씨는 사고현장을 피해 도주하려는 속셈이었다.

이를 눈치챈 투싼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며 승용차를 쫓았지만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시속 130여㎞로 속도로 내빼기 시작했다. 이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였다.

1~2분 뒤 또 ‘쾅’ ‘쾅’. 시속 130㎞를 넘나들던 승용차가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 쎄라토를 들이받았고, 이 충격으로 쎄라토는 앞에서 대기 중이던 SUV차량인 XM3를 충격했다.

XM3가 차도 밖으로 튕겨 나갈 정도로 충격은 매우 컸다. 가운데 있던 쎄라토는 휴지조각처럼 꾸겨졌다.

반파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쎄라토에는 모자가 타고 있었다. 아들은(25)이 운전석에, 어머니(60)는 뒷좌석에 있었다.

이 사고로 아들은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뒷좌석의 어머니는 목숨을 잃었다. 이들 모자는 타지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딸에게 용기를 주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XM3 운전자(47·여)도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음주운전이 빚은 참상이었지만 크게 다치지 않은 A씨는 피해자들을 구조하려는 생각은커녕 자신의 차를 버려두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는 스스로 초래한 참담한 결과에 상응하는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며 구형보다 더 중한 형량을 선고했다.


창원지법 형사3단독 박지연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 등 6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1)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박 판사는 “A씨의 잘못된 선택이 거듭되며 타지에서 취업준비 중인 딸을 응원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머니가 아무런 잘못 없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망인의 아들은 위중한 상태로 인해 어머니의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했고, 그저 어머니가 사고 당시 의식이 없어 고통 없이 돌아가셨기를 바라는 등 현재까지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정신적 충격과 슬픔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꾸짖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