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비의료인 대리수술'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 공동병원장 3명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의료인의 감독에 의해 이뤄진 비의료인들의 일부 행위가 위법한 지 의구심을 제기했다. 실제 수술 행위는 의료인에 의해 이뤄졌고, 봉합, 절개 등 비의료인의 행위는 전체 의료인의 관리 감독 하에 진행돼 사기 등 범죄 성립이 가능한 지 법적 판단을 받고 싶다는 취지다.
의사 등은 고용된 입장에서 병원장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공동정범(공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 사기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A씨(57) 등 3명은 22일 오후 인천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호성호)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사실상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비의료인들은 수술도구를 전달하는 도움을 주는 역할에서 조금 더 나아가 의료인의 감독 하에서 절개해 시야 확보를 하고, 봉합해 마무리하는 행위를 맡았을 뿐인데, 이 행위가 법에서 말하는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경위에 해당하는 지 판단을 받고 싶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 환자들이 주장하는 저림이나 통증은 눌렸던 신경이 풀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보통 6개월에서 1년이면 사라진다"며 "큰 위험성은 나타난 바 없다"고도 했다.
의사 및 업무과 직원 등 4명은 혐의와 관련해 인정하면서도 "고용된 입장에서 지시를 받아서 범행을 한 것 뿐"이라며 "공동정범 요건을 충족하는 지 의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조죄 등으로 혐의 변경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A씨 등의 주장에 이날 법정에서 비의료인의 대리수술 영상을 담은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영상에는 1시간이 넘는 수술 현장에서 의사인 피고인들이 2~3분간 수술 현장을 확인하고 나가는 장면이 담겼다.
검찰은 또 수술이 이뤄지던 시각에 (수술에 참여했다면 있을 수 없는)의료인들의 휴대폰 수발신 내역을 첨부해 실제 비의료인들의 수술행위는 더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는 자료도 공개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일부 환자들이 "손발저림 등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환자들로부터 확보한 피해 증언도 함께 제출했다.
검찰은 이날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해 기존 10명의 피해자 외에 추가로 확인된 9명의 피해자에 대한 혐의도 추가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1월부터 4월 사이 비의료인에게 총 9명의 환자를 대리수술하도록 해 1억2600여만원 챙기고, 보험공단으로부터 3900여만원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과 피고인 측은 다음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양측 모두 피고인 신문을 생략하면서 증거조사 후 재판을 마치기로 했다.
A씨 등은 지난 2~4월 10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비의료인의 대리수술을 진행해 4700여만 원을 받아 챙기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9차례에 걸쳐 17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수법으로 9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해 총 19명의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이득을 챙긴 혐의다.
비의료인들은 원무과에서 행정업무 등을 맡고 있는 직원들이다.
경찰은 지난 2월 이 병원 수술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10시간짜리 영상을 확보해 수사에 나섰다. 해당 영상에는 허리 등 수술 장면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