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서 1700만원 뜯어낸 男, 알고보니 정체가

입력 2021.12.18 07:00수정 2021.12.18 10:32
랜덤채팅서 1700만원 뜯어낸 男, 알고보니 정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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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문화상품권 주면 노출 사진 보여줄게요."

2016년 초, 박호진씨(가명)는 한 채팅 앱을 통해 만난 '미모의 여성'으로부터 이같은 제안을 받았다. 박씨는 이 여성의 나체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온라인 상에서 쓸 수 있는 문화상품권 핀 번호를 보냈다.

그러나 돌아온 건 '미모의 여성'의 노출 사진이 아니었다. 문화상품권을 더 주지 않으면 자신과의 음란한 채팅 내용을 박씨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는 공갈이 이어졌다.

애초에 이 '미모의 여성'은 박씨에게 사진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 만약 보낸다고 해도 타인의 사진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공갈을 당한 박씨는 이후에도 꾸준히 문화상품권 등을 보냈다. 그렇게 '미모의 여성'은 2년여 기간에 362회에 걸쳐 약 620만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받았다.

이처럼 '미모의 여성'에게 당한 사람은 박씨뿐만이 아니었다. '미모의 여성'은 이후에도 다른 피해자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돈을 받았다. 피해자에게 나체 사진을 전송받은 뒤 돈을 더 주지 않으면 이를 유포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그렇게 '미모의 여성'은 또 다른 남성 피해자들로부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157회에 걸쳐 1700만원가량의 상품권과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이들이 속을 수밖에 없던 건 익명성이 보장되는 랜덤채팅 등 앱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미모의 여성'의 제안을 진짜라고 믿었지만, 그는 그저 피해자들을 속이거나 '몸캠피싱'을 통해 돈을 갈취하려는 목적만 있었다. 무엇보다 이 '미모의 여성'은 사실 20대 남성이었다.

다만 2017년 한 피해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돈을 달라며 공갈하는 도중 겁을 먹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미수에 그쳤고, 결국 붙잡혔다.
사실은 남자인 '미모의 여성'은 2017년 그렇게 1심에서 징역 1년4월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미모의 여성' 나이는 25세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동종 범행으로 벌금 4회, 집행유예 1회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집행유예 기간에 동종 범행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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