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미용실 점주가 전단지를 우편함에 넣었다는 이유로 70대 할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도록 한 일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사진이 공개되며 점주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점주는 “잘못을 인정한다. 어머니께 연락드려 사과했다”고 밝혔다.
28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서대문구의 한 미용실 점주 A씨는 우편함에 전단을 넣었다는 이유로 70대 할머니 B씨에게 항의하다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하자 놀란 할머니는 A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고, 경찰은 할머니를 일으켜 세운 뒤 상황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지난 14일 유튜버 ‘구제역’이 공개하면서 공론화됐다. 구제역은 “과연 이 할머니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기에 자기 손주뻘도 되지 않는 미용실 사장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고 있는 거겠냐”고 했다.
구제역에 따르면 할머니는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A씨 미용실 우편함에 한 장을 넣었다. 이 모습을 본 A씨가 전단에 적힌 업체 사장에게 전화해 항의했고 업체 사장이 A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런데 A씨는 할머니에게까지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결국 업체 사장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회사 이미지를 위해 한 번만 사과 해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할머니가 A씨를 찾아갔다.
A씨는 할머니를 보고 무릎 꿇고 빌 것을 명령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거부하자 A씨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하자 할머니가 어쩔 수 없이 A씨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심지어 A씨는 무릎 꿇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촬영해 업체 사장에게 보낸 뒤 “사과 받았습니다. 수고하세요”라고 문자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이 공개된 뒤 자신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A씨는 27일 오후 미용실 공식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렸다.
A씨는 “제가 경찰에 연락해서 정확하게 사과받고 싶어서 연락드렸고 어머니 무릎을 꿇게 한 게 사실”이라며 “무슨 이유가 됐든 어머니를 무릎을 꿇린 것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머니께 연락을 드려서 ‘정말 죄송하다’ ‘제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말씀 드렸다"며 "제 잘못 인정하고 사죄드리고 이런 못된 일을 해서 정말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께서도 정말 잠도 못 주무실 정도로 화가 나셨고, (제가) ‘두 번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정말 제가 죄송하다’ 말씀드렸다”며 “제가 잘못된 언행으로 많은 분들의 분노를 사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구제역 유튜브 채널에는 '할머니를 무릎 꿇린 갑질미용실 사장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으로 A씨의 사과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