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의 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계획적이고 잔인한 스토킹 살인범에게 살해당한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려 "저희 누나는 살고자 발버둥쳤으나, 허술한 피해자 보호체계와 경찰의 무관심 속에 죽어갔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 7일 살해 협박을 받은 뒤 경찰에 신고를 하고 양일간 임시보호소에서 머문 뒤 김병찬을 피해 9~14일 지인의 집에서 머물렀다. 김병찬은 9일 피해자의 직장으로 직접 찾아갔고, 피해자는 다시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A씨가 공개한 112 신고 당시 녹취에 따르면 피해자는 112에 전화를 걸어 경찰에 "임시보호소에 있는 ○○○인데 가해자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112 경찰 응답자는 "같이 있느냐"고 물었고 피해자는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경찰이 다시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고 묻자 피해자는 "아니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경찰은 "증거가 없으면 도와드릴 수 없다"면서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 도와드릴 수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A씨는 "정말 기가 막히지 않나. 위협을 가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데 피해자가 동영상을 찍을 수 있을까? 셀카라도 한 번 찍자고 해야 하느냐"고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스마트워치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A씨는 "끔찍하게 공격당하는 와중에 누나는 살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애타게 눌렀으나, 스마트워치는 (피해자로부터 500m 떨어진) 엉뚱한 곳을 알려줬다"면서 "신변보호자에게 제공되는 스마트워치를 누른 최초의 시간에 경찰이 출동해 현장에 제대로 도착했다면, 누나는 살 수 있지 않았겠나. 신변보호 요청을 한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보호 인력을 배정했다면, 괜찮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A씨는 "살인범은 누나를 무참하게 살해하고, 누나가 신고하지 못하게 스마트폰을 빼앗았으며, 위치추적하지 못하게 강남 한복판에 버리고, 자신의 핸드폰은 비행기모드로 전환 후 유유히 대중교통을 타고 대구로 가서 '호텔'에 안착했다"면서 "이 살인범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나.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한 이 살인범은 반드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 여자친구인 피해자는 지난 6월 26일부터 총 5번 김병찬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사망 직전인 오전 11시29분 처음 스마트워치를 눌렀으나 경찰은 12분 뒤인 11시41분에 현장에 도착해 경찰 대응 능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김병찬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