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수십년간 이어져온 가정폭력 탓에 남편을 살해했다고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한 60대 여성이 실형에 처해졌다.
인천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호성호)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60)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29일 오후 6시10분께 인천시 서구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남편 B씨(66)를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날 외출 후 귀가한 B씨와 술을 마시다가 B씨가 아무런 이유 없이 외도를 의심하면서 "너의 엄마와 동생을 죽이겠다"고 말하며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위협까지 하자 화가 나 술에 취한 남편을 넘어뜨린 뒤 목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남편인 B씨가 수십년동안 의처증과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이며 가정폭력을 일삼았지만, 아들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고 결혼 생활을 유지해오다가 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A씨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다만 양형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배심원 2명은 A씨에게 징역 13년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 반면, 3명은 징역 12년, 2명은 10년을 각각 선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평결한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의견을 반영해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평소 협심증 등을 앓아 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사건 당일 만취 상태로 거동이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40여 년간 살아온 배우자인 피고인에 의해 목에 졸린 상태로 서서히 숨이 끊어지며 겪었을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전과 없는 초범이고, 범행 직후 수사기관에 자신의 범행을 자수했고,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결혼 생활 동안 잦은 폭언과 폭행을 당해왔던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당일에도 일정 부분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으로 보이는 점, 우발적 범행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