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월급·퇴직금 4억 지급 못한 대표의 최후

입력 2021.11.13 08:01수정 2021.11.13 13:19
줄 건 줘야지
직원 월급·퇴직금 4억 지급 못한 대표의 최후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제트 여객기. (양양군 제공) © News1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직원들에게 월급과 퇴직금을 주지 못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소형항공사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이재경 판사는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KEA) 대표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항공기 조종사로 일하다 퇴직한 B씨 등 6명의 임금과 퇴직금 합계 약 4억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A씨는 사실상 업무집행에서 배제된 상태였다"며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영부진으로 불가피하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던 만큼 책임이 조각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2018년 5월 이후에는 주도적으로 회사를 경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근로기준법이 정한 '사용자'로서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A씨는 2005년 4월 회사를 설립한 이후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2018년 5월까지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했고, 이후에도 등기상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며 "일부 지분을 타인에게 양도한 이후에도 27.13%의 지분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매주 주간회의에 참석해 항공보안과 정비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대외적으로 대표이사의 역할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역할을 수행했으며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는 인사 관련 서류에도 대표이사로서 서명했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임금을 못 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이 판사는 "회사가 어려워지기 전부터 이미 임금체불이 본격화했고, A씨를 포함한 경영진의 책임이 있는 점을 볼 때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지급되지 않은 임금과 퇴직금의 액수가 적지 않은 점이 불리한 요소로 고려됐다.


다만 ΔA씨가 근로자들의 신규 채용이나 급여 인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점 Δ임금체불이 본격화하던 시기에 주도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았던 점 Δ경쟁항공사의 취항 등 회사의 자금사정이 악화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은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됐다.

이 판사는 "부기장으로 채용됐던 근로자들은 회사의 비용으로 교육을 받아 기장의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보이고, 일부 근로자들은 체당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대표로서 회사의 부채에 보증해 상당한 규모의 채무를 부담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A씨 측과 검찰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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