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대녀' 버리나…"페미 반대" 홍카단글 또 공유

입력 2021.11.10 18:21수정 2021.11.10 19:54
선택과 집중인가...
이재명, '이대녀' 버리나…"페미 반대" 홍카단글 또 공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인문학 진흥관에서 열린 제20회 대선 후보 초청 강연회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경북대 학생들과의 대화'에 참석하며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11.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청년층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남성 역차별' 문제를 언급하며 20대의 첨예한 젠더 이슈에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실질적인 평등을 위한 구상이라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젠더 정책에 등을 돌린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홍카단이 이재명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했다. 홍카단은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캠프 2030 자원봉사단이다.

해당 글 작성자는 민주당 실책의 핵심으로 '페미니즘'과 '부동산'을 꼽았다.

작성자는 "민주당은 페미니즘과 부동산은 볼드모트가 되어 감히 입밖에도 꺼내지 못하는 겁쟁이들과, 그 겁쟁이들을 만들어 낸 볼드모트들만 그득그득한 정당"이라며 "페미니즘을 비판하면 여성 혐오자가 되고 백래시가 되고, 이게 군사정권 시절 빨갱이 프레임이랑 도대체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이어 홍 후보를 지지한 이유에 대해 "페미니즘을 깨부숴달라는 우리의 요청에 유일하게, 진지하게 응답해줬던 사람"이라며 "왜 깨부셔야 하느냐? 페미니즘을 깨야 그 속에 숨어있는 청년문제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이 후보에게 "2030이 분열로 흩어지기만을 바라지 말고 2030 표의 주인이 이재명이 안 될 이유가 없지 않냐고 생각해 달라"며 "페미니즘을 멈춰달라. 그렇게만 한다고 약속하면 이재명을 찍었다고 자랑하고 다니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이 같은 내용의 글을 공유한 건 '이대남'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전날(9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2030 남성의 심리를 분석한 커뮤니티 글을 공유한 데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 차제에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조정을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본격적으로 이대남 공약에 나섰다.

'남성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야권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한 여가부 개편 문제를 언급하는 등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분노에 공감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당내에서는 이 후보의 발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수습하는 분위기지만 '이대녀'(20대 여성)보다 '이대남'에 집중해야 한다는 기류는 흐른다.

민주당에 대한 반발 심리가 20대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20대 남성(18~29세) 52.1%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했다. 이 후보는 20.5%에 그쳤다. 31.6%포인트(p) 격차다.

20대 여성에서도 이 후보는 26.2%로 윤 후보(31.5%)에 밀렸지만 20대 남성에서의 지지율 격차보다는 작았다. 대신 20대 여성에서는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 '잘 모름' 응답 비율이 각각 12.7%, 4.4%로 높았다.

고민하는 등 돌린 20대 남성의 표심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홍준표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20대 남성들이 갈 곳을 잃으면서 지금이 이들의 마음을 얻을 기회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20대 여성에서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안 나오는 건 사실이다. 이건 정책적으로 우리가 어필을 해야 한다"면서 "이대남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불만이 있었고 그것이 집단적 거부감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후보는 '20대 여성보다 20대 남성'이라는 프레임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나는) 평등을 지향한다"며 "남녀, 지역, 계층별, 어떤 경우라도 부당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게 섬세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기성세대와 신규세대를 똑같이 규정하고 제한하거나 기회 부여를 하는데, 좀 더 섬세하게 나눠 부작용이 발생하는 영역은 배려해 나가고 비효율적인 부분은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측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여가부 발언을) 젠더 갈등의 프레임에서 보면 답이 안 나온다. 후보는 철저히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며 "여성에 대한, 과거부터 쌓여 온 지독한 차별이 현재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특정 연령대 남성도 역차별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모두가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인정하고 우리사회가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 후보는 젠더 갈등에 대해 "결국 문제 해결의 단초는 성장회복을 통해 기회 총량을 늘리는 것에 있다"며 "전쟁이 되어버린 경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성장회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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