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이정후 기자 =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청와대 앞 무기한 단식 농성이 일주일을 넘겼다.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둘러싸고 4년째 이어진 노사 갈등은 다섯 번째 총파업을 맞았다. 공사 측과 집중교섭이 불발되면 농성 열흘째인 12일 수백명 규모의 총파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홍종표(54)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지부장 등 조합원 4명은 지난 3일부터 물과 소금만 섭취하는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
농성 물품 반입이 막힌 탓에 천막 대신 비닐 한 장으로 추위와 비바람을 막고 있다. 첫날에는 6명이 참여했지만 이 중 2명이 당뇨 등으로 저혈당 증세를 보여 병원에 이송됐다.
이들은 2017년 대통령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선언에 따라 가스공사가 제시한 전환 방안이 사실상 '해고 통보'에 가깝다고 반발해 왔다. 가스공사는 소방·미화·시설·경비·홍보·전산 직종을 용역업체 30여곳에 맡겨 운영했으며, 앞서 직종에 따라 직접고용 또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직접고용 대상에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2017년 7월20일 이전 채용된 소방직 50여명 등이 올랐다. 공사는 이들에 대해 서류 전형과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포함한 필기시험, 면접을 보는 공개 경쟁채용을 제시했다. 필기와 면접에는 5% 가점이 부여된다.
자회사 전환 대상인 이외 직종은 2017년 7월20일 이후 입사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서류와 인성검사 적부심사 등 필기시험, 면접을 거치는 제한경쟁채용을 치르도록 했다. 55세 이상 고령자는 인성검사 시간이 10분 늘어난다.
노조 측은 소방 직종 대상자에 대한 NCS를 면제하고, 자회사 전환 직종 대상자의 인성검사 적부심사를 참고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방의 경우 수년간 업무능력이 증명된 데다, 일과 NCS 준비를 병행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령 직원들이 많은 시설·미화 직종에 대한 인성검사 적부심사도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노조는 Δ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노사 태스크포스팀(TF) 구성 Δ모자회사공동협의체 설치 Δ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자회사 임금인상률 상향 등을 요구하고 있다.
1997년부터 용역업체 소속으로 대구 본사 시설물 유지보수 업무를 맡아 온 홍 지부장은 "엄한 잣대로 시험을 본다고 해 멀쩡히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해고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단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용역업체에 '엄격하게 채용하라'는 공문을 내려 채용된 사람들"이라며 "4년 동안 일해왔는데 지금 당장 시험쳐서 (떨어지면) 나가라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했다.
노조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공사 측과 쟁점사항에 대한 집중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섭이 파행되면 3일부터 직종별로 실시해 온 순환 파업을 전 직종으로 확대한 총파업을 12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총파업 시 공공운수노조 소속 400~500명의 마포역 일대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도 계획 중이다.
17일에는 공공운수노조 차원의 청와대 앞 결의대회가 예정됐다. 윤정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문재인정부도 시간이 얼마 없다. 이제 스스로에게 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그 마무리는 이 자리에 있는 가스공사 비정규직 동지들을 제자리로 돌려 놓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