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해는 되지만 섬세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미국에서 한 백인 여성이 흑인 딸과 비행기를 탔다가 ‘인신매매범’으로 몰린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매리 맥카시라는 이름의 여성은 남동생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자신의 10살 난 딸과 함께 급히 덴버행 비행기에 올랐다. 맥카시의 좌석이 딸과 떨어져 있었기에, 그녀는 다른 승객들의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바꿨다.
문제는 그들이 덴버에 도착한 이후에 발생했다. 맥카시와 딸이 비행기에서 내리자 무장경찰 2명이 그들을 멈춰 세웠던 것.
경찰들은 “당신과 당신의 딸이 탑승 전과 비행기 안에서 수상한 행동을 했다는 승무원의 신고가 들어왔다”라며 그녀와 그녀의 딸을 분리한 채 각각 설명을 요구했다.
맥카시는 그들이 모녀 관계인 것과 가족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덴버에 왔다는 사정을 낱낱이 밝힌 뒤 풀려날 수 있었다며 “이런 상황은 다인종 가정이 함께 여행할 때 항상 겪는 일”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맥카시는 며칠 후 걸려 온 전화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고에 대한 후속 조치로 전화로 걸어온 경찰에게 당시 승무원의 정확한 신고 내용을 알 수 있었던 것.
맥카시는 “내가 ‘인신매매’로 의심 받았다는 사실을 2주 뒤에야 알 수 있었다”라며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인종차별적 대우에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딸은 경찰의 태도에 매우 겁을 먹었다”라며 “항공사의 서면 사과, 항공권 전액 상환, 무고한 가족과 10살 짜리 딸의 트라우마에 대해 추가 보상을 원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항공사 측은 “내부적으로 상황을 검토하고 있고, 맥카시에게 직접 연락해 사과할 예정”이라면서도 “우리는 매년 수백만 명의 고객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모든 직원은 인신매매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회사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맥카시의 변호사는 “맥카시의 딸이 백인이었다면 이러한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항공사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