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뉴스1) 박슬용 기자 = "책임을 전가하려고만 했다. 이제야 내 잘못을 알겠다."
자녀의 생살을 흉기로 벤 뒤 보험금 타낸 혐의(특수상해, 보험사기특별법위반 등)로 기소된 40대 부부가 지난달 6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A씨(41·남)와 B씨(40·여)는 최후 진술을 통해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줬다"며 "변호사가 (자녀에게)8건의 상해를 입힌 것이 맞냐고 물어보는데 대답할 수 없었다. 앞으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악마의 탈을 쓴 부모 "아들은 거짓말쟁이"
A씨 등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보인 입장은 앞선 1심과 완전히 상반됐다.
A씨 등은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 피해자인 C군(18)을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며 혐의에서 벗어날 궁리만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등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이들이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6년을, B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금적전 이익을 얻기 위해 미성년 자녀를 흉기로 다치게 했고 그 외에도 지속적으로 자녀를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모는 등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9명의 가족들이 가입한 보험만 30여개
법원 등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14년 혼인신고를 했다. 이들에게는 7명의 자녀가 있다.
B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 C군 등 3명, A씨와 결혼한 뒤 낳은 자녀가 4명이다.
일정한 직업이 없던 이들 부부는 과도한 채무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이에 A씨 등은 보험금 사기를 계획한다.
실행에 바로 옮긴 이들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자신들과 자녀들을 피보험자로 두고 30개가 넘는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 가입 후 2년 뒤 2018년 첫 범행을 시작한다.
지난 2018년 6월 14일 A씨는 불상의 방법으로 자신의 왼쪽 팔에 화상을 입힌 후 치료를 받았다. 이후 A씨는 "아이들에게 튀김을 해주려고 달구어진 프라이팬을 사용하다가 왼쪽 팔에 화상을 입게 됐다"는 취지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조사결과 이 같은 수법으로 A씨는 총 61회에 걸쳐 6733만원의 보험금을 지급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금 위해 자녀 생살까지 베다
A씨 등은 자녀를 돈버리 수단으로 생각, 자녀 C군에게 상해를 가해 보험금을 타낼 생각을 한다.
지난 2019년 11월 20일. 친모인 B씨는 C군(당시 16세)에게 "잘못한 게 있으니 학교에 가지 말라"고 말하며 C군을 집에 남아있게 했다.
3명만이 남은 집에서 B씨는 C군의 두 손을 붙잡고 못 움직이게 했다. 이에 A씨는 흉기로 C군의 정강이 앞부분을 3회가량 베었다.
이후 A씨 등은 "C군이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를 하려다 깨진 병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쳤다"는 취지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2020년 7월까지 총 8차례 C군에게 상해를 가해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수법으로 타낸 보험금은 총 1139만원으로 확인됐다.
◇변호인 "마음 아픈 사건이다.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녀의 생살을 흉기로 벤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변론을 맡은 변호인도 이 사건을 "할 말이 없는, 마음이 아픈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A씨의 변호사는 법정에서 "상당히 안타깝다. 기록을 검토하면서 피해자에게 미안할 정도였다"면서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피고인도 찾아서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 부분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B씨의 변호인도 사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B씨의 변호인은 "참담한 마음이다. B씨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 아동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A씨 등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0년, B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23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