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도 아깝다. 정신을 잃은 그녀는 목까지 꺾인 채 끌려다녔다.
남자친구에게 폭행 당해 숨진 고(故) 황예진씨(25)의 폭행 당시 장면이 담긴 미공개 폐쇄회로(CC)TV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영상엔 폭행으로 쓰러져 정신을 잃은 황씨가 남자친구에게 목까지 꺾인 채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4일 JTBC 보도 등에 따르면 사건 당일 모습이 담긴 37분 분량의 CCTV 영상 일부가 공개됐다. 황씨는 지난 7월 25일 남자친구였던 A씨(31)에게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맞은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9월 17일 사망했다.
영상을 보면 A씨는 의식을 잃은 황씨를 끌고 건물 1층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A씨는 황씨의 상체를 두 팔로 끌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황씨의 머리는 앞뒤로 꺾이는 모습이다. 끌려다니는 황씨가 지나간 자리에는 핏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다.
황씨가 살고 있던 8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지만 A씨는 다시 1층 아래 로비 층을 눌렀고, 황씨를 끌고 다시 내려왔다.
검찰은 공소장에 “4차례에 걸친 폭력 행위로 머리뼈와 뇌, 목에 손상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적었다. 황씨 어머니는 “A씨가 계속 끌고 다니면서 응급조치를 하지 않고 또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싸움은 집안에서 먼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자신을 붙잡는 황씨를 침대 위로 밀쳐 넘어뜨리자, 황씨가 맨발로 따라 나와 머리채를 잡았다. 그뒤 A씨는 황씨를 10번 정도 벽에 밀쳤다.
싸우다 바깥 주차장으로 향하는 언덕에서도 A씨의 폭행은 이어졌다. 그러다 둘이 다시 건물로 돌아왔고 그 뒤 황씨가 의식을 잃고 끌려다닌 것이다. 이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앞으로 더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다.
A씨는 당시 119 신고를 하면서 폭행은 언급하지 않았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A씨 신고 음성을 보면 A씨는 “머리를 내가 옮기려다가 찧었는데 애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절했다”고 말했다. 황씨 어머니는 “거짓으로 신고해서 우리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을 다 놓쳐버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황씨 ‘상해치사’ 혐의로 지난 9월 구속됐다. 경찰이 사건 발생 직후인 7월 청구했던 ‘상해’ 혐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혐의를 변경해 신청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받아 들여진 것이다.
검찰은 한 차례 구속 기간 연장을 거친 끝에 지난달 6일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으나, 황씨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살인죄 미적용’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유족 측은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구형을 통해 비참하게 죽어간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의 사무친 원한과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오는 4일 오전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한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