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 이 후보 간 차담회에서 이같은 대화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수석에 따르면 이 후보는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마음에 담아 둔 얘기고 꼭 드리고 싶었다"며 "지난 대선 때 제가 좀 모질게 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편하게 받으면서 심정에 대해 언급했다.
이 수석은 문 대통령이 대선은 정책 경쟁이 돼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책 경쟁이 사실 쉽지 않다"며 "그래도 정책을 통해서 경쟁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이기 때문에 정책도 과감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에 "가끔 제가 놀라는 것인데,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대응과 같은 현 정부의 짐을 이 후보가 지겠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되는 역사적 위치에 처해 있는데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것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농담삼아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는 것이 이 수석의 설명이다.
이 수석은 문 대통령과 이 후보 모두 기후위기 대응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은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 기업들이 좀 힘들어하고 불안해할 수 있으나 가지 않으면 안 될 길이기도 하고 정부가 기업에만 맡겨놓지 말고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에게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라고 권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대기업들은 굉장히 좋아서 자기생존을 넘어서 아주 대담한 목표까지 제시하고 있다"며 그 밑에 있는 기업들, 그 아래 있는 작은 기업들, 대기업이 아닌 기업은 힘들다.
아울러 이 후보가 "우리 민주 정치사에 유례 없이 높은 지지율, 전례 없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참 놀랍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다행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에게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체력 안배도 잘해야 하고 극한직업이라 일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더라"고 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