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조폭에게 사기 도박 치다 걸린 후기

입력 2021.10.23 09:00수정 2021.10.2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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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조폭에게 사기 도박 치다 걸린 후기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도박장에서 돈을 계속 잃자 화가 치밀었다. 도박을 시작한지 3시간여 만에 수백만 원을 잃었다. 조직폭력원인 A씨(36)는 의심스러웠다.

동료들과 도박을 벌이던 카드를 가지고 나가 지인에게 의뢰했다. 지인은 카드 뒷면에 앞면을 알 수 있는 표시를 해둔 이른바 '표시목'이라고 했다. 의심은 분노로 바뀌었다.

지난 2018년 5월16일 오전 1시께 전북 전주시 한 빌라에 차려진 도박장에서 A씨는 동료 2명과 함께 도박장 주인을 폭행했다. 자신들이 사기도박에 당했다는 것이 이유다.

A씨 등은 주인을 향해 "XX놈아 이 카드 진단을 해가지고 왔는데 구라 카드라는 것이 나왔다. 솔직히 불어"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이어 도박장에 있던 현금 200여만 원을 갈취했다.

이 정도로 화는 풀리지 않았다. 물질적 보상이 더 필요했다.

이들은 주인을 협박해 1200만 원, 3500만 원을 주겠다는 내용이 적힌 차용증을 2장 받았다.

A씨는 주인에게 "구라 카드가 네 집에서 나왔기 때문에 너는 도박개장으로 구속이다"라며 "다른 사람 알기 전에 니가 다 시인하면 우리끼리 조용히 마무리 짓지만 니가 시인을 안 하면 다른 사람들 다 불러서 사기도박으로 빵(교도소) 보낼거다"고 협박했다.

A씨는 폭력조직원으로 활동 중이었고, 나머지 2명은 과거 조직 일원이었거나 폭력 전과가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며 지속적으로 협박하자 주인은 차용증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건을 오래가지 못했다. 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며 이들의 범행은 끝났다.

최근 전주지법 4단독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어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각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외포하게 해 재물을 갈취하고, 거액의 차용증을 작성하게 했다. 피해자들이 현장을 떠날 수 없게 겁을 주기도 했다"고 판단하며 "사건 정상과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직업, 성행, 가족관계,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양형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도박장 주인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재판부는 범행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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