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아내 등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 부동산 재벌 로버트 더스트(78)가 로스앤젤레스(LA)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더스트는 6년 전 방송사 HBO의 다큐멘터리 촬영 도중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연쇄 살인 사실을 혼잣말로 털어놓아 덜미를 잡힌 후 지난달 1급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더스트는 당시 인터뷰 촬영이 끝난 뒤 화장실에서 "물론 내가 그들을 다 죽여버렸지"라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검찰은 이를 자백으로 판단했다.
이날 공판은 변호인단이 재판 재청구를 낸 후 검찰이 변론을 하면서 시작됐다. 마크 윈드햄 판사는 변호인단의 재청구를 거부했다. 피고 측은 이 결정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광암과 다른 신체적 질병을 앓고 있는 더스트는 지난달 배심원 판결 때는 출석하지 않았지만, 이날은 마스크를 쓴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는 판결문을 읽을 때 판사의 말을 보여주는 태블릿 컴퓨터를 응시했고, 눈에 보이는 반응은 없었다.
더스트는 몇몇 사람이 증언한 후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법원 공판에 출석할 권리를 포기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공판에서 희생자인 수전 버먼의 아들 사레브 카우프만은 어머니를 "괴짜이고, 쾌활하며, 대단히 관대했다"고 묘사했다.
버먼의 평생 친구인 데니 마커스는 그가 "비범하고 잊지 못할 훌륭한 인물이었지만 비극적으로 삶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은 더스트에 대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동의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2019년 사형 집행이 중단됐다.
더스트의 건강은 지난 수년 동안 현저히 악화했다. 그는 뇌압을 줄이기 위해 머리에 션트를 삽입하는 등 수차례 수술을 받았다.
더스트는 화장실 자백 이후 즉각 체포됐지만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6년 넘게 재판을 끌어왔다.
그러던 그는 지난달 17일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2000년 오랜 친구였던 수전 버먼(당시 55세)을 살해한 1급살인 혐의가 인정된다는 평결을 받았다.
더스트는 2003년 2년 전 텍사스 갤버스턴에서 이웃 주민 모리스 블랙을 살해하고 토막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공포에 질려 그 남자를 쏘아 죽였다고 말했다.
뉴욕의 대형 부동산 회사 '더스트 오거나이제이션' 설립자인 조지프 더스트의 손자인 더스트는 그 살인이 정당방위였다고 증언했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