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하고 전화 '뚝'…뇌경색 80대, 119신고 묵살당해 '결국'

입력 2021.10.06 05:30수정 2021.10.06 10:15
소방관분들, 장난전화도 많겠지만 조금만 더 신경 써 주길!
"예?" 하고 전화 '뚝'…뇌경색 80대, 119신고 묵살당해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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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80대 뇌경색 환자에게 걸려온 구급 신고를 묵살한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소속 소방관을 상대로 한 진상조사가 마무리됐다.

소방당국은 해당 소방관을 전보 조처하고 조만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6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충주에서 발생한 80대 뇌경색 환자 119응급신고 무응답·오인처리 관련 진상조사 결과, 상황 접수·처리 과정에서 미흡점이 드러났다.

상황 접수·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미흡점은 신고자 대응 매뉴얼(지침)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했다.

당시 신고자는 자택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직접 119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뇌경색 대표 증상 중 하나인 구음장애(발음이 어눌해지는 현상)로 상황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신고자는 33초가량 이어진 119상황실과 통화에서 '예, 여이 ◯◯동 여하이에 시비일에 시비(주소 추정)'라고 말했다. 당시 상황실 근무자였던 A소방위는 '예?'라고 되물었다.

통화는 신고자가 '에 ◯◯동 에 시비일에 시비 에에 여런 아 아이 죽겠다 애 아이 자가만 오실래여'라고 재차 말한 직후 종료됐다.

A소방위가 장난·허위·오인 신고라고 판단, 전화를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119상황실 근무자는 '신고자 유형별 상황관리'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상황관리 수칙은 발음, 언어가 불분명한 노인이나 장애인·기타 언어가 자유롭지 않은 국민이 신고했을 때 근무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해 청취하도록 규정한다.

신고 내용을 파악할 수 없을 때는 출동 지령에 필요한 최소 정보 사항만 신고자에게 묻는 방식으로 재난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또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만약 있다면 바꿔 달라고 해 파악한다.

접수된 신고는 사안을 불문하고 출동을 원칙으로 한다. 이후 처리는 현장 출동대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

조사를 벌인 소방당국은 매뉴얼 미준수와 더불어 기본적인 친절도 역시 부족했다고 봤다.

현재 A소방위는 청주권 일선 소방서로 전보된 상태다. 징계요구 기간은 통상 진상조사 종료 이후 한 달 이내다.

A소방위 소속 소방서는 이르면 다음 주 중 징계위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소방 관계자는 "자체 조사에서 A소방위가 신고자 대응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고 위반한 사항이 확인됐다"면서 "현재는 일선 소방서로 전보된 상태로 징계는 소속 서에서 조만간 외부위원으로 구성한 징계위를 열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A소방위와 별개로 119상황실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직무교육·친절도 향상 개선 대책 수립·시행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6일 오후 11시쯤 충주시 한 주택에서 80대 남성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이 남성은 이후 119에 직접 전화해 두 차례에 걸쳐 도움을 요청했으나 구급대는 출동하지 않았다. 상황실 근무자가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신고 접수를 하지 않은 까닭이다.


결국 이 남성은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방치돼 있다가 가족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치료시기를 놓쳐 신체 일부가 마비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환자 가족은 소방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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