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톤 7m 높이 쓰레기산, 밝혀진 주인의 신분

입력 2021.09.22 08:40수정 2021.09.22 15:06
또 LH??
15만톤 7m 높이 쓰레기산, 밝혀진 주인의 신분
지난해 2019년 불법 매립 쓰레기 처리방안을 촉구하는 주민들이 광주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2019.9.30/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광주 북구 일곡동 제 2, 3 근린공원 일원에 불법 매립된 쓰레기 15만톤의 처리방안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와 일곡매립폐기물처리대책 자문위원회(이하 위원회)가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시행하는 것까지 합의했지만 업체 선정이 두 번이나 불발되면서 쓰레기 처리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15만톤 쓰레기 처리' 합의 어디까지 왔나?

22일 광주시와 일곡지구 불법매립 쓰레기 제거를 위한 주민모임에 따르면 9월 중 환경영향평가 시행 업체 선정을 위한 공고가 고시된다.

앞서 광주시가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지만 환경단체가 '엉터리 평가'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해당 환경영향평가를 기반으로 처리 방안을 수립할 수 없었다.

당시 쓰레기 15만톤 매립지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일부 땅에서 토질이 우수하게 나왔고 책임 기관이기도 한 광주시에서 진행한 환경영향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환경영향평가 대행 기관을 선정해 다시 평가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2월30일 위원회 회의 결과 정밀조사 대행기관으로 한국환경공단이 선정됐다. 한국환경공단은 위원회가 확정한 일곡매립폐기물 정밀조사 과업 내용을 수행하기 위해 조사기관 선정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7월2일과 8월12일 진행한 업체선정 공고에서 두 차례 연속 업체 선정이 불발됐다.

업체들은 위원회가 확정한 정밀조사 과업 내용이 용역비보다 과도하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환경영향평가는 사업비 2억5700만원이 투입되며 16개월간 진행된다. 대상은 제2근린공원 1만315㎡, 제3근린공원 1만4313㎡이며 매립범위는 각각 5만2000㎡, 9만㎡로 추정된다.

그러자 광주시와 위원회가 과업내용을 일부 조정해 다시 환경공단에 통보했고, 공단 측은 9월 중 업체 선정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과업내용은 전체적인 조사내용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일부 조사내역 횟수를 분기 1회에서 반기 1회로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됐다.

9월 업체선정 재공고 후 환경영향평가 시행기관이 선정되면 즉시 사전 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사전 조사가 약 2달 정도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정식 환경영향평가는 2022년 초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초에 시작되더라도 갈 길이 멀다.

위원회가 4계절 동안 토질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16개월에 걸쳐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변수가 없는 한 2023년 중순쯤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고 2023년에는 15만톤 불법매립쓰레기의 행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8년 묵은 쓰레기'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논란의 일곡지구 불법 매립쓰레기는 광주시가 2018년 12월 제3근린공원에 일곡 청소년문화의 집 건립을 위한 터파기 공사를 하던 중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7m 높이의 쓰레기 산이 발견됐는데 쓰레기양은 제2근린공원에만 9만톤, 제3근린공원에 6만톤으로 총 15만톤 규모로 파악됐다.

지난 1989년 생활폐기물 매립장인 일곡동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운정동 위생매립장으로 옮겨졌어야 할 쓰레기가 불법으로 재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토지공사(현 LH)가 매립 쓰레기를 운정동 위생매립장으로 반출하겠다고 밝혔지만, 광주시의 쓰레기량 계산 착오로 운정동 매립장에 쓰레기 전량을 수용하지 못했다.

결국 LH가 반출하지 못하고 남은 쓰레기를 2, 3 근린공원 부지에 불법으로 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폐기물을 매립하기 위해서는 시의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택지개발을 맡았던 LH는 광주시의 허가를 받지 않고 쓰레기를 땅에 재매립했다.

LH는 택지개발이 한창이던 1994년쯤 쓰레기를 여러 차례에 걸쳐 몰래 재매립했다.

결국 1994년 택지지구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한차례 이 문제가 불거졌고, 1996년 북구의회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나서 LH가 불법으로 쓰레기를 재매립한 것을 확인했다.

특조위는 보고서에서 "주민 안전과 건강,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 재매립 쓰레기 전량을 운정동 매립장으로 반출해야 하고 소요비용 전액은 LH가 부담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LH는 특별한 조치없이 택지지구 공사를 강행했고 광주시도 사실상 이를 묵인·방조했다.

당시 LH 관계자들은 이 일로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불법으로 묻힌 쓰레기는 공원 땅속에 그대로 방치됐다.
결국 불법 결론이 났던 쓰레기 문제가 2018년 또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쓰레기산이 발견된 후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그러면서 15만톤의 불법 매립 쓰레기들은 28년간 여전히 일곡동에 묻혀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