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빼서 직원 월급 챙겨 준 사장님, 안타까운 결과

입력 2021.09.13 05:19수정 2021.09.1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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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빼서 직원 월급 챙겨 준 사장님, 안타까운 결과
10일 오후 서울시내 한 먹자골목에 위치한 4층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 주점이 폐업한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 뉴시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커지는 가운데 23년간 맥줏집을 운영해왔던 한 자영업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99년 서울 마포에서 맥줏집을 시작으로 식당·일식주점까지 식당 4곳을 운영하던 자영업자 A씨(57)가 지난 7일 자택인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아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부검도 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A씨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숯불 바비큐 같은 가게 메뉴가 방송에 여러 차례 소개돼 회식 장소로 인기였고 연말이면 종일 단체 예약 연락만 받아야 했다고 한다.

A씨는 사업 규모가 커지자 직원들에게 업소 지분을 나눠줬다. 요식업계에선 드물게 '주 5일제'를 시도하고 연차도 만들었다. 동종업계 자영업자들이 'A씨가 복지 기준을 높여놔서 사람을 뽑기가 힘들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2년 전 시작된 코로나19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매출은 절반에서 3분의 1로, 그 뒤엔 하루 10만원 아래로 속절없이 꺾였다. 정부가 영업제한 조치를 강화한 지난해 말부터는 손님이 뚝 끊어졌다.

100석 규모의 가게 1곳만 남았지만 월세 1000만원과 직원 월급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숨지기 전 남은 직원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살고 있던 원룸을 뺐고 모자란 돈은 지인들에게 빌려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A씨 곁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채권을 요구하거나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메시지들이 남아있었다.

지난 12일은 A씨의 발인 날이었다.
A씨는 영정 속에서도 앞치마 차림이었다. 상주는 A씨와 함께 장사를 했던 자영업자가 맡았으며 지인들은 A씨를 화장한 뒤 인천 앞바다로 가 해양장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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