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41년간 지구상에 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온 '현실판 타잔' 호 반 랑이 정글을 그리워하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지난 5일 베트남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랑이 문명 세계로 돌아온 지 8년 만에 간암을 앓다 5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앞서 랑은 베트남 전쟁 당시 군인이었던 아버지 호 반 탄과 함께 정글에서 생활해왔다. 전쟁의 충격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탄은 첫째 아들인 랑만을 데리고 점점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렇게 깊은 숲속에서 문명과 동떨어진 채 살던 랑은 지난 2013년 지역 당국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나무껍질로 만든 옷을 입고 있던 그는 불혹이 넘었음에도 여성의 존재를 몰라 놀라움을 안겼다.
이들을 지켜봐 온 세레조는 "랑은 성적 욕구가 없는 것 같으며 여성에게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며 "랑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순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문명사회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나자, 랑은 불면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정글로 다시 돌아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정글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와 가족을 마을에 정착시켰다.
이후 지난 2017년 아버지가 고령으로 숨지자 랑은 마을 끝 산자락에 홀로 움막을 짓고 살았다.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던 랑은 결국 지난 5일 가족들의 마지막 배웅 속에서 숨을 거뒀다. 동생은 "형은 평생 그리워하던 정글에 대한 향수병을 이제야 멈추고, 아빠를 만나러 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