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안난다"만 19번...의혹만 더 키운 김웅

입력 2021.09.09 08:20수정 2021.09.09 08:36
청문회도 아니고...
"기억 안난다"만 19번...의혹만 더 키운 김웅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기억이 없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 "나와는 관련이 전혀 없다"
'고발 사주', '청부 고발' 의혹과 관련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기자회견에, 오히려 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손준성 검사에게 고발장을 전달 받은 사실은 부인하면서도 “정황상 제가 손 검사로부터 그 자료를 받아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해 되레 ‘검찰·야당 유착’ 의혹의 불씨를 키웠다는 것이다.

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웅 의원은 전날(8일) 45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의혹과 관련해 19차례에 걸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시절 손 검사로부터 범여권 인사들의 고발장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전달한 통로로 지목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을 전달받은 통로라는 의혹에 대해 “선거운동에 집중하느라 자료를 검토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최초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가 공개한 자료에 손 검사로부터 파일을 건네받은 사실이 나와 있는 것을 근거로 “정황상 손 검사로부터 그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또 손 검사에게 응원 문자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두 사람 사이의 소통이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내용을 새롭게 공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뉴스버스에 최 의원 고발장 초안을 본인이 썼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는 보도된 고발장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가 최 의원 관련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며 “보도된 고발장은 저와 관련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총선 당시 자신에게 접수된 각종 제보를 전달했다는 당 관계자에 대해서는 “공익제보자 신분이라 말을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전달 경위를 설명하며 “(제보자가) 밝혀지면 이 일이 벌어진 경위도 이해될 것”이라고 말해 의구심을 키웠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김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해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해 아쉽다”며 “진상조사나 검증을 진행할 수 있는 대응 조직 설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 의원 기자회견에 대해 “과연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의 자세가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수사 당국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기억 안난다"만 19번...의혹만 더 키운 김웅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뉴스1 제공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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